실로 우리의 모습은 훌륭했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모두가 자랑스러웠다. 독일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결승 진출이 좌절되는 순간 못내 아쉬움을 떨쳐낼 수는 없었지만 전 국민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태극전사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또 목이 터져라 함께 응원했던 옆 사람과 포옹을 하고 악수를 나누며 서로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결승에 가지 못한 미련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4천7백만 국민이 한마음이 돼 후회없이 싸웠기 때문이다. 16강을 넘어 4강의 신화를 창조한 감격, 모두 하나가 됐음을 보았을 때의 희열이 남아 있을 뿐이다. 16강, 8강, 4강을 차례로 이루면서 함께 어우러져 나누었던 환희의 기억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또렷해진다. 정말 우리는 대단했다.
 월드컵대회 개막 이후 한달간 전국민은 염원하고 열광하며 축구속에서 살았다. 3일 후면 월드컵대회가 끝난다. 우리가 전대미문의 신화를 이뤄냈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달이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대했던 것 이상을 이룬 만큼 아쉬움이 있을 수 없다. 그동안의 흥분은 차분히 가라앉히고 심리적으로 공허한 구석은 본연의 일을 충실히 해나가며 빨리 털어내야 한다.
 혹자는 지난 한달간 축구를 통해 표출됐던 온 국민의 열광을 일과성 바람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빨리 끓고 빨리 식는 냄비근성이 만들어낸 일종의 광풍이라는 시각이다. 나름의 논리가 있겠으나 이는 본질을 잘못 본데서 비롯된 자기비하다. 무엇보다 우리 모두의 하나됨은 정직한 땀과 눈물로 새 역사를 연 선수들에 대한 환호이자 경의의 표시였다. 그래서 자발적이고 역동적이었고 온 국민의 축제일 수 있었다.
 온 국민이 나이, 성별, 빈부, 지역을 초월해 이렇게 즐거운 축제를 벌인 적은 이전에 없었다. 꿈을 이루는데 국민 모두가 참여했고 앞으로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가능성을 확인한 것 자체로 이번 축제의 의미는 충분하다. 국민들은 언제든 하나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 국민들의 충만한 에너지를 각 분야로 어떻게 모아갈지가 과제이지만 이는 지도층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