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또는 'MZ세대'라는 말들이 풍미하는 요즘이다. 가정이나 직장, 지역사회에서도 이제사 그들의 존재를 생각해낸 듯 부산하다. 특히 내년 상반기 양대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는 미개척의 거대한 표밭을 찾은 양 호들갑들이다. 2030 세대에 눈길 주기의 원조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다.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가 2010년 펴낸 책이다. 이미 10년이 넘었으니 그 책 읽던 청춘들도 3040이 됐다. '불안한 미래와 외로운 청춘을 보내고 있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2011, 2012년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이 책의 광고 카피다. 대학생들끼리 서로 추천하며 돌려볼 정도로 반향이 컸다. 책의 전체적인 맥락은 '위로'와 '힐링'이었다. 그래서 이 책의 한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사회구조적인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노력과 시행착오를 통한 성장만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냥 '잘 크고 있겠지'로만 치부했던 이 시대 청춘들이 겪는 아픔을 본격 조명한 점은 높이 사야할 것이다.

▶2030세대가 아파하는 게 한국만은 아니다. 세대갈등이 글로벌화한 시대라고 한다. 부의 세습이 일반화되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치워지면서 젊은이들이 극한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그들은 586, 686 윗세대들이 그들만 사다리를 올라탄 뒤 거둬버렸다고 여긴다. 그로고는 '노∼력' 또는 '나약해 빠졌다'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젊은 세대들의 좌절감이나 불안감이 장기적으로 우리사회의 건강을 해칠 것이라는 점이다. 오래되거나 낡은 것이 새롭고 젊은 세포로 대체되는 사회적 신진대사가 멈춘다면 큰 일이다.

▶올들어 수원시가 공을 들이고 있는 '2030 소통 프리토킹'이 인기라고 한다. 그간 지자체나 기관_단체들이 마련하곤 했던 행사성 토크쇼가 아닌, 알짜배기 이야기 한마당인 모양이다. 적나라한 토로들이 쏟아진다. 지난 7일 저녁 수원 행궁동 화홍사랑채에서 두번째 마당이 펼쳐졌다. 주제는 '2030 세상살이, 살만하신가요'다. “집을 가진 기득권층이 청년들에게는 '왜 집을 소유하려 하느냐? 임대주택에 살라'고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데,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끝은 '계약 만료'다. 일을 하면서 항상 불안하다. 최선을 다해도 정규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허탈감을 느낀다.” “청년은 결혼, 주거문제, 취업, 성공에 대해 늘 불안을 끌어안고 산다. 취업을 하고 임대주택에 입주하고 성공을 하더라도 '지금 상태가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이 떠나지 않는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그들이 그토록 불안해하는 비정규직도 외환위기 때 처음 생겨났다. 결국 기성세대, 특히 정치의 원죄 아닌가.

 

/정기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