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의 눈물

 `월드컵 4강은 이변이 아니라 민족의 저력이다"".
 대한민국이 월드컵 4강 신화로 확인한 우리 저력이 넘치는 에너지로 분출돼 국민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있다.
 지난 4일 폴란드 전 이후 20여일 계속된 투지로 일궈낸 승전보는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응원에 참여한 국민승리였다.
 지역을 넘어, 나이를 넘어, 신분과 성별을 넘어 모두가 하나가 돼 한국팀의 선전 오직 이 하나만을 바랐기 때문이다.
 한국의 4강 진출로 나라 구석구석이 술렁거리는 가운데 인천시민들 하나하나도 16강의 성지로서 가슴 뿌듯한 주말 휴일을 보냈다.
 모든 시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이 부재했던 시민들에게 월드컵은 축구경기 그 이상으로 모두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축제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 지역내에서 열린 어떤 행사도 이번처럼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던 적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팀의 무패행진에 5살 꼬마와 60살이 넘은 노인 그리고 20대가 함께 소리높여 응원했다. 승리를 외치는 `대~한민국""과 신바람나게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은 어느 세대만이 독점한 전유물이 아니다.
 문학경기장과 문학야구장, 시청 앞 광장, 인천종합문예회관, 연수문화공원 그리고 아파트 놀이터, 빈 공터 등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라면 어디에나 끝을 알 수 없는 붉은 색 카펫이 깔렸다. 응원수건과 붉은 색 두건, 다양하게 응용된 태극기 등은 인천의 최고 유행 패션이 됐다.
 이렇듯 한국 선수들이 이룩한 4강 신화는 12번째 선수로 함께 숨을 쉰 국민들의 단합된 힘이 낳은 쾌거다.
 월드컵 기간 내내 우리는 예전에 없던 일상생활의 ""생산적"" 파괴를 경험했다.
 한국의 경기가 펼쳐지는 날이면 초등학생들은 대부분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등교하고 태극기와 `코리아 파이팅""을 얼굴에 그려넣었다. 선생님과 함께 응원 구호를 외치거나 응원가를 부르는 교실풍경도 이제는 낯익기만 하다.
 매일 예약이 꽉 차있던 골프장도 현재는 텅 비어있다. 인천 국제 컨트리 클럽과 그랜드 컨트리 클럽에는 한국의 승리가 이어지면서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라운딩 시간을 줄여 서둘러 마치거나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는 예약 취소 사태를 빚는 등 전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골프장 사람들은 `한국팀의 승리가 더 기쁘다""며 환하게 웃는다.
 파업 중인 사업장도 한국전이 진행되는 그 시간에는 마음을 한데 모았다. 파업중인 한 회사 주차장에는 북과 장구를 앞세운 응원전이 펼쳐지는가 하면 파업중인 택시노동자 2천여명도 문학경기장을 찾아 시민들과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또 조용하기만 했던 종교 집회장소도 한국경기에 함께 흥분하고 뛰었다.
 인천시 남구 관교동 인천순복음교회는 예배당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 한국전이 펼쳐질 때마다 신도와 주민 3천여명이 함께 응원전을 펼쳤다. 경기 전에는 목사님의 인도에 따라 승리의 기도를 올렸고, 경기 후에는 감사의 기도도 올렸다.
 직장인들에게 붉은 색 티셔츠는 출근복이나 다름없었다. 예전과 확실히 다른 패션파괴의 현장이었지만 누구하나 뭐라 하는 사람들이 없다. 공무원들이나 회사원들이나 한국전이 펼쳐지는 날 붉은색 티셔츠를 입지 않으면 오히려 겸연쩍어해야 했다.
 내리쬐는 땡볕 속에서도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시민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목이 터져라 승리를 외쳐왔다.
 인천이 해내야 할 앞으로의 많은 과제들도 이번 월드컵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열정과 활력이 밑바탕이 돼 큰 결실을 맺어야 한다고 붉은 옷의 시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이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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