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의 퇴역장군이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기간 인천국제공항에서 유창한 영어와 왕성한 체력을 바탕으로 외국인 손님맞이에 적극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월드컵한국조직위원회(KOWOC) 공항영접반에서 활동하고 있는 군번 34번의 이치업 예비역 준장.
 대한민국 건국 후 육사생도부장을 맡으며 육사 2기생이었던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지도했던 그는 지난달 중순부터 81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넓은 인천공항을 하루에도 4~5번씩 누비고 다닌다.
 보통 외국인이 비행기에서 내린 뒤 입국수속을 밟고 짐을 찾아 공항을 떠날 때까지 한번 이동거리가 3㎞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하루 이동거리는 12~15㎞에 이르는 셈이다.
 그는 또 해방 후 미군정 시절 미군들과 함께 생활하며 배운 영어실력이 수준급이어서 영어권의 1급 귀빈 영접은 그의 차지며, 재미있는 농담으로 귀빈의 웃음보를 터뜨린 게 한두번이 아니다.
 그는 지금까지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비롯, 세계 각국에서 온 수백명의 귀빈들에게 친절한 한국의 첫 인상을 심어주었다.
 88년 서울올림픽 때도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는 그는 “군에서 수십년간 체력을 연마한 덕인지 아무리 뛰어다녀도 힘든 줄 모르겠다”며 “외국인들이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면 더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오는 7월5일까지 계속 공항에서 일할 예정인 그는 20~30대의 젊은 자원봉사자들도 쉽게 지치기 일쑤인데 영접일정이 없는 시간에도 자리에서 쉬지 않고 공항 안팎을 돌며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을 찾아다니곤 한다.
 한국전쟁 당시 연대장으로 참가, 포항 부근의 낙동강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는 그는 휴전협정 후 준장으로 예편, 국영기업의 임원으로 일하다 10여년 전 은퇴한 뒤 부인과 함께 서울에 살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