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44살의 나이에 새로운 공부를 위해 프랑스 파리로 떠났던 서양화가 정용일씨가 3년만에 돌아와 귀국전시회를 25일부터 7월1일까지 스페이스 빔에서 갖는다.
 그의 11번째 개인전이기도 한 이 전시회의 이름은 파리1대학 박사과정 논문 제목과 같은 `물질적 상상력의 환원성에 대하여""로 전시되는 작품은 10~50호 이내의 유화작품 15점이다.
 그는 이 전시회에서 파리에서 변화된 자신의 철학세계를 보여줄 계획이다. 그의 관심은 언제나 신화다. 한국에 있을 때는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무속적인 것을 신화와 연결시켜 그림으로 담아내왔다. 그러나 파리에서 지구의 자전이 멈춰진 듯이 모든 사물을 파괴시킨 태풍을 겪은 후 파괴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신화는 동·서양의 영역을 구분하기보다는 모든 인류의 것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변화된 그의 철학이 이번 작품에 담겨져 있는 것이다. 신화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의미하는데 그는 이 탄생의 근원지를 바닷속 깊은 곳에서 찾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사물을 확실한 형태로 그리지 않고 흐리게 한다. 수면 위에서 심연을 보면 또렷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태어난 생명이 힘차게 움직이는 모습을 나타내기 위해 연작으로 그렸고 여러 문명이 갖고 있는 신화적인 요소를 담아냈다.
 이같은 그림들을 그리기 위해 그는 처음에는 사물을 명확하게 그린 다음 그 위에 붓질을 해 흐릿한 이미지로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
 인천 출생인 작가는 “생명체에 대한 복제 등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이 사라지는 것은 인류가 갖고 있던 신화의 신비로움이 없어졌기 때문”이라며 신화에 대한 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422-8630 〈이현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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