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용유지역 농경지 약 60㏊
인근 신도시 개발 과정서 나온 개흙
운반업체 말만 믿고 받았다가 낭패
▲ 인천시 중구 운남동 논에 펄 흙이 수북(왼쪽)하고, 경사면 처리가 안된 농경지의 흙이 빗물이 흘러 배수로로 흘러들고 있다.

“다른 땅 주인보다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어쩌면 저도 올해 논농사를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천시 중구 운남동 홍모(65)씨는 올해 벼농사를 망칠 위기에 놓인 논 앞에 서면 아연실색이다.

토사운반업체 Y사가 공짜로 객토(客土·농경지 개량을 위해 다른 흙을 섞는 것)해준다고 해서 생산녹지 지역 안 논에 받은 펄 흙이 2m 높이로 수북이 쌓여 있다. 펄 흙이 울퉁불퉁 쌓여 있는 홍 씨의 논은 1395㎡와 1314㎡ 등 두 필지다.

흙을 돋우고 펴고, 배수로를 내야 하지만 Y사는 차일피일 이다. 홍 씨는 지난 3월부터 야단을 쳤지만, Y사는 지금까지 성토와 평면 작업 등을 미뤄왔다. 홍 씨는 “모내기를 하려면 당장 논에 써레질하고 물도 대야 하는데 펄 흙이 쌓여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홍 씨는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홍 씨 논 주변의 운남동 다른 논 수 십만㎡가 펄 흙으로 덮이고 있다. 이 논들은 올해 농사는 그를성싶다. 운남·운북·중산동 등지 영종지역 농경지 50ha(49만5000㎡), 남북·을왕동 등지 용유지역 논밭 10ha(9만9000㎡)가 펄 흙 등으로 메워지고 있다.

이 지역 농경지는 높게는 7m, 낮게는 2m 정도 펄 흙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 펄 흙은 송도국제도시와 청라국제도시 인근 개발지의 굴착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송도나 청라는 갯벌을 메워 곳이다. 이 펄 흙의 염도나 산성도가 논 농사에 적합한지조차 알 길이 없다. 반출지가 의심되는 지역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지만,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나온 흙인지 토지주도 모르는 지경이다. 오염도 조사는 흙을 받는 땅 주인이 맡기는 수밖에 없다.

수해 대책도 사실상 무방비다. 배수로나 경사면 처리 없이 밀도가 조밀한 펄 흙을 무작정 농경지에 버리다시피 해 비가 조금만 내려도 논에 물이 차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빗물에 경사면 흙이 쓸려 농로를 메우기 일쑤다.

영종지역 농경지 성토작업 현장을 지켜본 김(60)씨는 “영종과 용유지역의 상당수의 논이 버릴 곳을 찾지 못한 펄 흙으로 채워지면서 올해 농사는 고사하고 '수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박정환 기자 hi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