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라는 힘이 기적을 만들어 냈다. 월드컵 8강은 믿기지 않던 일이었다. 하지만 온 국민의 강렬한 염원은 믿기지 않던 일을 현실로 바꾸어 놓았다.
 우리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방방곡곡에서 메아리 친 함성은 한밭 벌로 모아져 선수들 가슴에 전달됐고 선수들은 눈부신 투혼을 발휘했다. 그 유명한 이탈리아의 빚장수비도 결국 우리 선수들을 막아내지 못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역전승에 세계는 넋이 빠졌다.
 8강. 온 국민의 강렬한 염원은 세계축구사에 길이 남을 신화를 일구어냈다. 선수들과 국민 모두가 얼싸안고 감격을 함께 했고 밤새 신명나는 축제가 이어졌다.
 8강 신화가 쓰여진 날 더 위대한 신화가 태동했다. 우리 민족 최대의 염원인 통일의 신화가 말이다.
 대전경기장에서도 붉은 악마는 응원의 중심에 있었고 그들은 카드섹션을 펼쳤다.
 `Again 1966""
 1966년 영국 월드컵대회에서 북한이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진출한 것 같이 한국도 이탈리아에 승리해 8강 신화를 재현하자는 뜻이다.
 경기 개시 전 TV화면에 카드섹션이 비쳐졌을 때 국민들은 신세대의 기발한 조어(造語)라고 고개를 끄떡였다. 우리라고 못해낼리 없다며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Again 1966""의 의미는 기발한 조어쯤으로만 그치지 않고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선취점을 내주고 조바심을 칠 때도, 경기 종료 직전 동점 골을 넣고 환호할 때도 우리의 가슴에는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내재돼 있었다.
 역전 골이 터졌을 때, 경기가 끝나 8강의 기적을 이루었을 때, 승리의 감격이 한차례 휘몰아쳤을 때 내재돼 있던 의미는 점차 분명해졌다.
 그래, 해냈다. 5천만명이 해냈다. 아니 7천만명이 함께 해낸 것이다. 우리는 본래 갈라져 있지 않았다. 모두가 하나다. 박두익의 결승 골은 안정환의 결승 골이고 안정환의 결승 골은 박두익의 결승 골이다.
 통일이었다. 우리 가슴에 숨어 있다 감격으로 표출된 것은 통일에 대한 염원이었다.
 우리에게 통일의 의미는 그저 막연했었다. 통일의 의미가 언제 구체적인 때가 있었던가. 모두의 가슴에 이렇게 와닿은 적은 없었다.
 6년전 축구 동호인들이 모여 만든 붉은 악마는 역동적인 자생력만으로 회원수가 20만명이 넘는 국민단체가 됐고, 온 국민의 힘을 하나로 묶어 8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제 붉은 악마는 무엇이라도 해낼 수 있다는 21세기 대한민국의 희망을 얘기하는 상징이 됐다.
 수십년간 우리를 짓눌러 왔던 레드 콤플렉스도 극복해 냈다. 그것도 붉은 색으로 붉은 색을 극복했다. 터부였던 붉은 색을 우리의 색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통일의 신화를 태동시켰다. 국민들은 처음 통일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느꼈다. 앞으로는 남·북한 7천만이 함께 한다. 7천만명이 하나가 된 에너지는 오는 22일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루어낼 것이다. 아니 그 이상의 것도 이루어낼 것이다.
 `Again 1966""
 단지 두 단어지만 통일의 기운은 세계에 표출됐고, 힘든 길이지만 통일의 여정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