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롱포롱 포로롱 '푸드트럭' 도전
경기·의정부 교육청서 판매 시작
트럭 대여비도 안남은 실패지만
책임감·돈 버는 것 어려움 배워

가죽제품 몽실상점·위잉위잉 양봉
아프리카 물 부족 표현 텀블러
옥땅영화제·배고팡·꿈이름 출판
재단 도움으로 시작 프로젝트 성황

Q. “몽실학교의 동력은 무엇인가요?”

A. “결과를 보지 않고 일단 해보라고 하는 것입니다.”

Q. “프로젝트가 잘 안 됐는데, 무엇을 얻었나요?”

A. “무언가를 도전하지 않는다면 변화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몽실학교 연구자와 참여학생의 대화

<몽실학교 이야기>(몽실학교 꿈이름출판 팀 펴냄) 중

 

몽실학교에는 수많은 '실패담'이 있다.

관련 사람들은 '몽실패담'이라는 흉흉한 이름으로도 부른다.

몽실학교 실패담은 학생들이 원하는 창업 프로젝트에서 많이 생긴다.

쉽지 않은 창업을 해본 아이들이 '수익'이라는

결론을 내지 못했을 때 주로 실패담이란 말이 나온다.

그런데 사실은 실패담 모두가 성공하고 있다.

아이들은 실패 속에서 배운다.

창업 과정에서 중요한 점을 글이 아닌 몸으로 체감하며

당차게 도전하고 멋지게 실패하고 있다.

 


 

▲ 몽실학교 푸드트럭 '포롱포롱 포로롱'
▲ 몽실학교 푸드트럭 '포롱포롱 포로롱'

#“이렇게 추운데 아이스티가 팔리겠니?”…좌충우돌 푸드트럭 도전기

2015년 12월 의정부 9명의 아이는 몽실학교의 '경제적 독립'을 꿈꿨다. 자신들의 공간인 몽실학교가 재정적으로도 자립할 수 있도록 멋지게 돈을 벌어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푸드트럭을 직접 운영하며 경제적 자립과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는 '포롱포롱 포로롱' 청소년 창업학교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건 만만치 않았다. 위생교육, 조리법, 메뉴 개발, 시장조사, 경제교육, 판매마케팅까지 배워야 할 것이 많았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아이들은 어묵과 컵밥, 토스트 등을 팔아보기로 결정하고 트럭까지 대여했다.

그러나 조력자인 마을 교사도 몰랐던 더 큰 벽이 있었다. 관련법은 미성년자가 돈을 벌 때 각종 확인절차가 필요하게 되어 있었고, 음식을 팔다 보니 식품위생법 사항도 살펴야 했다. 특히 푸드트럭을 아무 곳에나 세워두고 장사하면 안되는 점이 가장 컸다.

컨설팅을 받고 시청 직원에게 도움을 구한 끝에 푸드트럭은 몽실학교 정문과 의정부교육지원청,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에서 장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아이들은 눈이 펑펑 쏟아지던 2016년 1월과 2월 총 7번의 장사를 했다. 그렇게 얻은 이익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인건비는커녕 재료비와 푸드트럭 대여비도 못 낼 정도였다. 수익적으로 본다면 완벽한 실패였다.

성공은 아이들의 배움에 있었다.

아이들은 푸드트럭과 장사를 위해 총 70번의 회의를 하며 의견을 나눴다. 서로에게 배우고 협력하며 책임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고, 돈을 버는 것의 어려움을 경험했다. 동시에 마을 사람들의 도움과 지원을 받으며 우리 주변을 살펴볼 수 있게 됐다.

작게나마 얻은 매출은 사회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데 썼다. 추운 겨울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본군성노예피해자 문제로 농성 중이었던 대학생을 찾아가 컵밥과 커피를 무료로 나눠줬다.

몽실학교 아이들이 의정부 마을지도 만들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몽실학교 아이들이 의정부 마을지도 만들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더 많은 창업 프로젝트로 이어진 '실패담'

푸드트럭의 도전이 종료된 후 청소년들은 지역과 만나고 경제의 선순환에 대한 욕구를 더 키우기 시작했다.

몽실학교는 한 재단법인의 지원을 받아 2017년 본격적으로 챌린지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챌린지 프로젝트는 아이들의 창업 아이템을 지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경제와 협동의 경제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은 의정부 사회적경제 한마당, 양주 플리마켓, 온마을 잔치 등에서 직접 제품을 판매하고 수익을 남기기도 했다.

2017년 만들어진 10개 프로젝트는 많은 수익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순환의 경제를 조금이나마 느꼈다.

'UDM(의정부 데이트 미션)'은 의정부 내 청소년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다시보기'는 인권의 한 분류로 여성을 선정해 여성의 생리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관련 물품을 개발해 판매했다. '몽실상점'은 개성 있는 가죽제품 디자인을 만들어 판매했으며, '해나해나'는 아프리카 심볼로 물 부족을 다양하게 표현한 디자인을 텀블러에 넣어 팔고 기부하기도 했다.

'유자청 잡화점의 기적'은 '옥땅영화제'를 기획했다. 옥땅영화제는 옥상에서 영화로 세상을 배우고 나누는 영화제로 꾸며졌다. '시나브로SU'는 베트남전 등을 기록하는 물품을 제작해 판매했고, '로맨스그레이'는 업 사이클링 알리기와 바스붐 만들기를 하며 포장지 제작을 어르신에게 의뢰해 일거리 창출을 했다.

'배고팡'은 밥집을 창업하고 발효정 상품을 개발했으며, '꿈이름 출판'은 몽실학교 책을 출판했다. '위잉위잉'은 몽실학교 옥상에서 도시양봉을 하며 벌꿀을 만들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몽실학교에서 아이들이 했던 다양한 창업은 어른들의 관점에서만 보면 실패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비단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실패보다 값진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아이들이 연 정책마켓

환경·인권·진로…반짝반짝 참신한 제안

교과목 선택 도우미·학력차 지원 멘토
환경 부가세·길거리 쓰레기통 등 눈길

▲ 몽실학교 정책마켓에서 투표하는 학생들
▲ 몽실학교 정책마켓에서 투표하는 학생들

몽실학교는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정책마켓을 열고 있다. 정책마켓에는 학생들이 직접 제안하는 혁신적인 정책과 아이디어가 올라오며 구매자인 일반인과 정치인의 이목을 끈다. 특히 지난해에는 의정부와 김포, 고양, 성남, 안성 등 5개 몽실학교와 용인, 이천 지역 학생들이 함께해 '몽실학교 연합 정책마켓'을 열었다.

지난해 정책마켓은 '코로나19와 존엄'을 주제로 교육1, 교육2, 노동인권·환경, 진로진학·기타 등 4개 영역에 대해 학생들이 정책의제를 내놨다.

 

▲능동적인 존재로의 성장을 지역이 돕는 교육분야 정책제안

'교과목 선택 도우미'를 만들어 제공하자는 정책제안은 학생들이 타의에 의해 교과목을 선택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성장하기보다는 미래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노력하는 능동적인 존재로 성장해야 한다는 고민에서 시작했다.

구체적으로는 고등학생들이 학년이 넘어갈 때 각종 교과목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과목을 설명해줄 '교과목 선택 도우미'를 둔다. 정확한 인지나 특별한 고민없이 자의보단 타의에 의해 교과목을 선택하고 후회하거나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을 줄이자는 목적이다.

수능 시험생 커뮤니티에서 설문조사를 한 내역도 첨부했다.

'2학년때 자신이 배울 선택과목을 택할 때 무엇을 배우는지 알고 선택했느냐'는 질문에는 48명이 응답했고, 불과 10명(20.8%)만 그렇다고 답했다.

'동행_지역사회와 함께 길찾기' 제안은 학기말 지필평가 후 허비되는 시간에 대한 고민에서 나왔다. 아이들은 지역사회가 7월이나 12월 학기 말에 각종 진로탐색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해 줄 것을 제안했다.

예컨대 지역사회의 각종 병원과 산업단지, 복지관, 법원 등이 인턴십을 제공하고,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을 학생들에게 체험의 기회를 제공해달라고 했다.

'드림온 프로젝트'는 코로나19로 인한 학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멘토를 지원하는 제안이다. 멘토는 지역사회 대학생부터, 전국 교대·사범대 학생,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예비 선생님, 정년 퇴임한 선생님 등에게 지원을 받자고 했다.

몽실학교 아이들이 서로 하고싶은 프로젝트를 말하고 있다.
몽실학교 아이들이 서로 하고싶은 프로젝트를 말하고 있다.

▲코로나19 환경을 지키고 방역을 준수하는 제안

이천지역 학생이 내놓은 '환경을 지키는 부가세 포인트제' 제안은 코로나19로 배달문화의 확산을 반영했다. 부가세 포인트제는 친환경 소재로의 전환 과정에서 신소재 사용 및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상승하는 것과 친환경 소재 플라스틱 개발 및 사용화에 투입되는 비용 상승을 해결하기 위하고자 했다. 소비자에게 미리 환경부담금을 부담시키고, 향후 바이오플라스틱 소재 등 친환경 소재를 살 때 가격을 할인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실제 소비자는 친환경제품을 다른 제품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친환경제품 시장이 보다 활성화라는 효과를 기대했다.

김포지역 학생은 '길거리 쓰레기통 확대 추진 정책'을 내놨다.

이들은 쓰레기통이 부족하면서 사람들은 쓰레기를 장시간 가지고 다녀야 해 '좋지 않은 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길거리에 무단으로 쓰레기를 버려 환경오염이 더욱 심각해지는 현상을 집었다. 제안은 유동인구가 많은 버스 정류장이나 상가 등 인구 밀집 지역에 길거리 쓰레기통 확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낭비와 방치문제를 막기 위해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자고 했다. 길거리 쓰레기통을 세분화해 재활용품은 물론 음식물까지 버릴 수 있도록 하나, 버리는 사람의 정보를 확인함으로써 관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아이들은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 등도 제안했다.

'분란방비지도(紛亂防備地圖)'는 각종 상권과 랜드마크의 혼잡도를 표시하는 프로그램이다. 휴대폰 GPS를 이용해 시설 내 혼잡도를 파악하고 이를 어플로 보여준다. 어플 사용자는 혼잡도를 보고 과도한 인구밀접으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피한다.

나아가 랜드마크 등 내부에서 거리두기를 지킬 수 있는 최대 인원을 정해 해당 인원만 입장하고 다른 사람들은 출입구에 대기하는 방안으로의 확대도 제안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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