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여인이여/검은 여인이여/몸에 걸친 그대의 빛은/생명 그것/벌거벗은 여인이여/어둠의 여인이여/팽팽하게 살이 익은 과일이여/검은 포도주의 검은 황홀이여”
 세네갈의 전 대통령 셍고르의 시 `검은 여인""이다. 그는 정치가이기 보다 시인으로 더 유명하다. 프랑스에 유학 그곳에서 활약한 지성인으로 많은 시를 남기고 있으며 파리대학에서의 강의로 오히려 유럽에서 명성이 높다. 30년대 흑인문학의 독자적 가치를 추구하는 네그리튜드 운동의 중심이기도 했다. 그는 은퇴후인 79년 방한 우리에게도 낯익다.
 우리에게 세네갈을 친숙케 하는 요인은 또 있다. 최근 모방송에서 재방한바 있는 알렉스 헤일리의 자전적 소설 `뿌리""의 고향이라는 점이다. 흑인노예 주인공 킨타 쿤테의 고향이 바로 그곳이다. 세네갈이 감싸안은 중앙에 갬비아국이 위치하고 길게 서류하는 갬비아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곳에 쿤테의 고향이 있다. 그곳을 작가가 물어물어 찾아가 한 노인의 기억을 더듬어 그것을 확인한다. 그곳에서 헤일리는 같은 뿌리라 할 한 소년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뿌리""를 끝낸다.
 기록이 없던 시절 역사나 고증은 노인의 기억을 되살려 찾는 수밖에 없다. 그것은 비단 아프리카 만의 경우가 아니다. 고대 로마도 그리스도 그랬고 아라비안 나이트도 그랬다. 음유시인은 그래서 발달했다. 킨타쿤테도 한 노인의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면서 가내에 전해오는 한 사연을 캐내는 것이다. 소년 쿤테가 북을 만드는 재료를 구하러 나갔다가 노예사냥에 붙들려 갔다는 내용이었다.
 세네갈은 이미 15세기 서부아프리카에 진출한 포르투갈에 의해 경영되다가 이내 유럽 제국의 각축장이 되었다. 원래 이곳 연안은 문명이 발달한 워로프족의 왕국이 존재했으나 1854년 프랑스의 정벌로 식민지가 되고 한세기가 넘게 지나서야 독립을 찾았다.
 한일 월드컵 개막전에서 세네갈이 옛종주국 프랑스를 격파하는 이변을 낳았다. 시와 뿌리의 나라에다 축구의 나라를 덧붙이게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