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명, 주인 한달 설득 구조
SNS 후원금 모아 치료 훈훈
“죽어가는 백구를 살려주세요.”
수원시에서 강추위 속 사유지 철창 속에 방치돼 생명이 위험했던 진돗개를 주민들이 한 달간 끈질긴 노력으로 구해낸 사연이 훈훈함을 주고 있다.
1일 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수원 권선구 호매실동 한 사유지 철창 안에 방치되고 있던 진돗개 '백구'를 주민들이 구해 강원도 춘천에 있는 쉼터에 맡겼다.
백구는 1년 넘게 갇혀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유지 주변에는 수천 가구의 아파트가 있어 주민들이 산책하다가 개가 갇혀 있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고 한다.
하지만 개집은 사방이 뚫린 철창. 눈·비·바람이 다 들어오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곳곳은 무너지고 위생도 좋지 않았다. 게다가 사유지 주인은 끼니를 제때 챙겨주지 않았고, 개장수에게 개를 넘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개는 3~4마리였는데 어느 순간 사라지고, 백구만 홀로 외로이 남았다는 게 주민 설명이다. 일부 주민은 시에 민원을 넣었지만, 주인이 있어 행정상 조치는 어려웠다.
이에 1월부터 김민선(28·여)씨는 10여명의 시민과 힘을 합쳐 '백구 구하기'에 돌입했다. 평소 동물보호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 이들이 아닌 평범한 주부 등이다.
주민들은 '호매실동 백구 살려줍시다'는 제목의 카카오톡 단체방을 만들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 도움을 호소했다. 그 결과 260여만원의 후원금이 모금됐다.
몇몇 주민은 수차례 주인을 만나 설득했으며, 결국 일부 비용을 준 뒤 백구를 철창 밖으로 꺼낼 수 있었다. 주민 도움으로 백구는 태어나 처음으로 땅을 밟았다.
남은 후원금은 병원 치료·예방접종을 비롯해 쉼터 보호 용도 등으로 쓰이고 있다.
백구는 구조 당시 심장사상충 2기 등 병을 앓고 있어 늦었더라면 생명을 잃을 뻔했다.
다행히 백구는 치료를 잘 받고 쉼터에서 건강하게 뛰놀며 지내고 있다.
이런 과정을 중계한 SNS 글에는 응원과 함께 감동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주민들의 과제가 끝난 건 아니다. 백구의 입양이 남았다. 백구는 사람을 잘 따르고 애교도 많지만, 대형견종이라 비교적 입양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주민들은 앞으로도 입양자 찾기와 백구를 위한 모금에 주력할 계획이다.
김씨는 “한 생명이 땅도 못 밟은 채 생을 끝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주민들이 가만 있을 수 없었다”며 “후원금 사용, 백구 상태 등 전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백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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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씨도 멋져요 그녀의 용기의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