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병실 딱 3개, 중증용 병상 소진으로 의료붕괴 불안감 증폭.”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00명대에 육박하던 지난해 말 어느 신문 기사의 제목이다.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전담치료가 공공의료기관에서만 이루어졌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3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중환자 병상 부족이 현실화된 것이다.

우리는 불과 5년 전 메르스 사태로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이 요구되었으나, 역사적 교훈을 망각하고 방치함으로써 공공의료가 턱없이 부족해 적나라한 민낯을 드러내게 됐다. 이제 또 다시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건강보험연구원 자료를 보면, 2019년 12월 기준 공공의료기관은 221개로 전체 의료기관(4034개) 대비 5.5%, 공공병상 수는 6만1779병상으로 전체의 9.6%에 불과했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의 10분의 1 수준으로, 10%도 못 미치는 공공병원이 코로나 환자의 80%를 진료해 온 것이다. 특히 경기도는 공공의료기관이 30개로 전체의 3.5% 공공병상은 0.64%로 지자체 규모에 비해 매우 열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적극적 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국내 의료체계는 민간이 공급을 주도하면서, 수요가 많은 대도시에 집중됐다. 대형병원은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광주·대전·울산·세종은 지방의료원조차 없는 실정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지역별 공공의료기관 확충, 의료전달체계의 체질개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역별 공공의료 적정 규모는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급으로 진료권별로 확충하고, 설립비용은 300~500병상당 약 2000억원 정도로 고속도로 4~7㎞ 건설비용 수준으로도 지역별 거점병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앞으로 의료공급 부족 지역에 적정 규모의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균형적으로 분포될 수 있도록 신축이나 기존 지방의료원의 증축 등으로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공익적인 조정자 역할의 건강증진 병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또 국가적 재난·재해·응급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전염병 및 재난 대비 의료기관으로서 환자에게 적합한 표준 진료와 새로운 의료정책 모델병원 시험대(test-bed)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최근 지자체의 공공병원 설립과정에서 장애요인이 되고 있는 예비타당성 조사와 예산 확보라는 문턱도 중요한 사회안전망의 확보 차원에서 면제하고, 우선 지원하는 정책 뒷받침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이제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공의료의 역할과 중요성은 명백해졌다. 과거 메르스가 준 엄중한 교훈을 코로나19에서도 땜질 처방으로 넘긴다면, 향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온전히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다. 성공보다는 실패 속에서 더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고, 그 교훈마저 놓아버리는 비극은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어느 누구도 코로나19가 정점을 찍고 고비를 넘긴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듯이 향후 더 큰 재난적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 국민건강과 생명의 최후 보루인 공공의료 확충에 시급히 나서야 할 것이다.

/김지영 광명시 여성단체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