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매년 1월 중순, 우리나라 주요 습지 200여 곳을 대상으로 겨울철 조류 서식현황을 조사한다. 겨울철새가 많이 도래하거나, 멸종위기 조류가 많이 서식하거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하여 보호가 필요한 지역을 위주로 조사지역을 선정하는데 이 중 송도갯벌지역도 포함되어 있다.

2020년 1월에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멸종위기종인 큰기러기 등을 포함한 65종 10,007개체가 송도갯벌지역에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가까운 대부도 지역에서는 37종 8966개체가 관찰되었고, 더 남쪽에 위치한 아산만의 39종 10,665개체와 비교하면 송도갯벌지역이 훨씬 좁은 면적임에도 다양한 종과 많은 겨울철 조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주남저수지에서 57종 10,222개체가 관찰된 것과 비교하여도 송도갯벌지역은 겨울철 조류의 서식지로 중요도가 높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 5년간 겨울철 조류조사와 봄_가을 통과철새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하여 송도갯벌지역에서 관찰된 멸종위기조류를 보면 1급으로 지정된 황새, 흰꼬리수리, 저어새, 노랑부리백로가 있고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큰고니, 큰기러기, 노랑부리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검은머리갈매기, 잿빛개구리매, 새매 및 참매가 관찰되어 보호가 필요한 지역임을 입증하고 있다.

송도갯벌과 인접한 남동유수지는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내륙지역에 저어새가 번식하는 곳이다.

저어새는 송도갯벌의 다양하고 풍부한 먹이를 기반으로 새끼를 키우고, 추운 겨울을 잠시 피하기 위해 바다 건너 멀리 타이완이나 홍콩까지 이동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를 보충한다. 전 세계에 살고 있는 저어새 대부분의 무리가 우리나라에서만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 번식지는 대부분이 인천지역의 여러 섬에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저어새 보호를 위해서는 인천시와 시민의 노력이 무엇보다도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송도갯벌지역에 여러 가지 개발계획이 수립되고 있어 논란이 있는데, 환경과 생명을 무시하며 무분별한 개발을 자행하는 자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조류는 날개가 있어 개발이 되어도 주변의 좋은 서식지로 이동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30여년 간을 야생조류 연구를 해온 필자의 소견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이다. 철새들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연구하기 위해 일련번호가 기입된 가락지로 표지하거나 소형 전파발신기를 통해 이동경로를 추적해보면 규칙적이고 정형화된 이동패턴을 읽을 수 있다.

1만㎞가 넘는 먼 길을 이동하는 도중에 매번 같은 장소에 기착하여 여독을 풀고 남은 긴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에너지를 보충하는 효율적인 이동전략을 볼 수 있다.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출발해서 온몸의 에너지를 소진하고 마지막에는 근육까지도 비행에 필요한 에너지로 사용하다보니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우리나라의 갯벌에 도착한다.

새롭게 다른 지역을 찾아 헤맬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보니 생존의 위협을 많이 받는다.

새만금지역의 사례를 보면 물막이 공사 이후 갯벌이 사라져 도요새들이 치명적인 위협을 받았고, 수십마리 정도는 어렵지 않게 관찰되던 넓적부리도요는 거의 사라져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우점종이었던 붉은어깨도요는 급격하게 밀도가 낮아져서 멸종위기종으로 고시하기 직전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송도갯벌은 2009년에 인천시가 습지보전법에 의거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였고, 2014년에는 국제습지보호협약인 람사르협약에 정식으로 등록하여 충실하게 갯벌을 보호하겠다고 전 세계 람사르협약 회원국 171개국과 약속한 곳이다. 약속은 지키려고 하는 행위이다. 많은 이들이 필요해서 개발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는 바뀔 때가 되었다. 필요해서 보호한다고…

/김진한 국립생물자원관 전시교육과장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