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살피는 작은 학교, 큰 꿈 키운다

전교생 79명 … 충실한 원격수업
등교수업처럼 질문·답변 이어져

학생 수 보다 많은 태블릿PC 보유
가정마다 대여 … 학생들 과제 올려
선생님 결과물 공유 …꼼꼼히 살펴

8월부터 매주 1회 공개 원격수업
선생님간 수업 벤치마킹·조언도

작년 모든시설에 무선 인프라 구축
전 교과 웹클라우드 활용 협동수업

에듀테크 기반 학생 중심형 수업
자기주도 학습·창의력 향상 노력
▲ 만선초등학교 학생들이 원격으로 도서관 체험학습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 만선초등학교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공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만선초등학교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에 있는 만선초등학교는 전교생이 79명인 작은 학교다. 학년별 1개 반과 특수학급이 있다. 만선초는 올해 원격수업을 진행하며 원격수업을 등교수업보다 충실하게 한 학교로 손꼽힌다. 작은 학교의 강점을 한껏 발휘해 적극적인 수업공개와 나눔을 해왔고, 그 결과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의 질 차이를 없앴다. 실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원격수업을 유지하자'는 학부모가 더 많았을 정도다. 이인숙 만선초 교장은 “학생은 지혜롭고 자기 주도적인 능력을 기르는 '된 사람, 든 사람, 난 사람'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고, 교사는 열정으로 연구하며 사랑으로 가르치고, 학부모에게는 공교육이 바로 서는 신뢰받는 학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우리 만선교육공동체 모두가 행복한 학교와 '오고 싶은 학교, 머물고 싶은 학교'를 위해 정성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학부모들 “원격수업이 등교수업보다 낫다”

등교수업이 잠시 확대됐던 지난 11월, 만선초는 학부모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등교를 확대하고자 했다. 소규모 학교로 분류돼 모든 학생이 등교수업을 할 수 있는 만큼 2일 등교수업, 3일 원격수업으로 부족함을 느끼는 학부모가 없는지를 살피기 위해서였다.

교직원들은 전교생 등교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설문에 참여한 학부모 75명 중 절반이 넘는 41명이 밀집도 3분의 1 유지를 선호했다. 전 학년이 매일 등교하자는 의견은 1명뿐이었다.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의 질이 다르지 않다는 학부모들의 생각이 설문조사에 나타난 셈이다.

실제 지난 8일 학교에서 벌어진 원격수업은 등교수업과 차이점이 적었다. 이날 만선초는 1~4학년이 원격수업을 하고, 5~6학년이 등교수업을 하는 날이었다.

2학년 교실 안에는 돌봄을 위해 학교를 온 3~4명의 아이와 선생님이 원격수업 내용을 한창 점검하고 있었다. 수업은 미술수업으로, 아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서랍장 등을 그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학교가 가정마다 한 대씩 빌려준 태블릿pc에 그림을 그렸고, 그림은 바로 선생님 앞 모니터에 나왔다. 선생님은 바로 “유빈이는 그림을 올렸네”라며 잘했다는 말을 건넸고, 화면 속 학생은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돌봄을 위해 학교에 와 있는 학생들도 태블릿 pc를 통해 함께 수업을 들었고, 학습 결과물도 함께 나눴다. 등교수업을 할 때보다 오히려 학생 한명 한명을 꼼꼼히 살필 수 있었다.

다른 수업과정도 마찬가지였다. 수학수업도 특수학급도 등교수업을 하듯이 실시간으로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눈에 띄었다.

학생들은 수업을 들으며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질문을 던졌고, 이에 대해 선생님은 바로 답변을 해주며 아이들을 지도했다. 원격수업의 장점을 고스란히 살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만선초 원격수업은 학생과 교직원 모두에게 만족을 주고 있다.

지난 더운 여름철 학생들은 “마스크를 끼지 않아도 되고, 등하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 원격수업을 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하기도 했다.

부모님의 걱정으로 올해 초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는 학생도 “쌍방향 수업 실시로 아이들과 선생님을 만나게 돼 너무 기쁘다”고 전했다.

교직원들도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등교수업 시 마스크를 낀 상태로 장시간 수업을 해야 하는 어려움도 없을뿐더러 학생들과 보다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고, 학생들의 학습결과 데이터가 누적돼 학생지도에도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교육공동체라면 언제든 열려있는 원격수업

만선초가 이같은 원격수업을 만든 것에는 적극적인 수업공개와 나눔의 공이 있었다. 만선초는 지난 8월27일 수업나눔방향을 세운 후, 매주 1번꼴로 공개수업을 진행했다.

원격수업을 하는 과정을 다른 교직원이 들어와 참관하면서 더 나은 수업방식을 확인했다. 이는 선생님들 간 수시로 수업방식을 공유하고 확인하며 발전해 갈 수 있도록 도왔다.

다른 선생님의 원격수업을 본 선생님들은 좋은 점을 벤치마킹하고 나쁜 점은 조언해 해결방안을 찾았다.

아이들을 파악하는 효과도 있었다. 참관하는 선생님들은 자칫 문제를 겪는 학생은 없는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없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는 효과도 있었다.

유광춘 만선초 교사는 “수시로 열리는 수업 나눔은 선생님들이 서로서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코로나19로 변화의 순간을 함께 헤쳐가고 가보지 않은 길을 우리가 먼저 개척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 만선초 2학년 학생들이 세계여행을 주제로 원격수업을 듣고 만들어낸 학습 결과물.
▲ 만선초 2학년 학생들이 세계여행을 주제로 원격수업을 듣고 만들어낸 학습 결과물.

▲정보교육관련 사업 참여 내공... 코로나19서 효과 '톡톡'

만선초는 지난 2017년 '학교로 찾아가는 소프트웨어 교육 연수', 2018~2019년 '디지털 교과서 선도학교' 등에 참여하며 원격수업에 대한 내공을 배양하고 있던 학교다.

지난해 5월에는 학교 컴퓨터실과 과학실, 각 교실, 영어실, 특수학급, 시청각실, 도서관 등 학교 모든 장소에 무선 인프라 구축을 완료했다. 또 태블릿PC도 3~6학년 학생 모두에게 1대씩 빌려줄 수 있는 수량을 확보하고 있었고, 올해 초 1~2학년을 위한 태블릿PC를 학교운영비로 구매해 현재 학생 수보다 많은 83대를 보유하고 있다.

칠판 필기도구와 같이 쓰이는 태블릿 펜과 웹캠도 모두 구비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만선초의 '에듀테크' 인프라 활용 교육과정은 정규교과수업은 물론 창의적체험활동까지 망라한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교과서 활용 실시간 쌍방향 수업과 전 교과 웹 클라우드 활용 프로젝트 협동수업, 5~6학년을 대상으로 한 드론과 햄스터 로봇 등 코딩 수업 등 정규교과에서부터 종이접기와 오카리나, 창의 메이커, 연극, 창의미술 동아리 등도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SWOT 분석을 통한 교육방향 편성

만선초는 SWOT 분석을 통해 학교 현황을 분석하고 시사점을 도출하고 있다.

먼저 만선초의 강점(Strengths)은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통한 협력적 수업연구 모델이 마련된 점과 각종 인프라다. 반면 약점(Weaknesses)은 결손 가정 및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의 비율이 높고, 자기 주도적 학습력 및 창의적 사고력이 부족한 점이다.

기회(Opportunities)로는 4년 차에 접어든 혁신학교 운영과 지역사회, 지역사회·학부모 등 교육공동체의 적극적인 관심을, 위험(Threats)으로는 공장지대의 농촌학교로써 다양한 교육적 자극이 부족한 점을 꼽았다.

이에 만선초는 혁신학교의 학생 중심 수업과 협력적 수업연구문화, 원격수업 인프라 등을 활용해 에듀테크 기반 학생 맞춤형 수업을 구현하고 학생들의 부족한 자기 주도적 학습력 및 창의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