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8, 19일 해반문화사랑회 주최로 인천시민 30여명과 함께 경남도립미술관과 부산시립미술관을 동시에 둘러 보았다.
 경남도립미술관은 최초의 도립미술관으로서 현재 건축 중에 있고, 그 명칭은 경남도립종합미술박물관으로 되어 있다. 미술관의 성격에 박물관을 포함시킨 것인다. 전시실 중에 소규모의 박물관과 영상미술실이 있는데, 아마도 다목적이며 종합적인 욕구를 모두 수용하려는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따라서 독특하고 전문적인 미술관과는 거리가 있는 듯했다. 미술관을 짓기 전에 어떠한 미술관이 되어야 할 것인가 하는 미술관의 개념과 비전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그 점은 소장품의 확보에서도 보인다. 건물이 먼저 지어지고 소장품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기에 아마도 차후에 기획전을 위주로 하면서 소장품을 늘려가야 할 것 같다. 어떠한 소장품을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서 미술관의 성격이 정해지는 것인데, 작품 구입비도 그렇고 지역 작가의 작품을 소장할 때의 잡음 등에 대한 문제점 등이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는 것 같다. 다만 미술관 관장으로 미술전문가를 위촉하고 현재의 관장이 지역의 여론을 적절히 수용하며 화합해 가는 듯한 인상은 좋아 보였다. 무엇보다 사전 준비팀이 2년째 가동되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부산시립미술관은 해운대 근처 바닷가 쪽에 있었다. 네 개의 직사각형 건물을 연결한 독특한 외형이 인상적이다. 언뜻 보면 단순한 직선형이 멋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 관람해 보니 전시장 이동이 매우 편리하고 효율성도 좋고 실용적인 공간처리가 돋보였다. 과천국립 현대미술관이 조금은 답답하고 지루한 동선으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부산은 각 층마다 커다란 유리창으로 하늘이 시원하게 열려보이고 창 밖에 옥상 야외전시장 배치 등 세심한 곳까지 신경을 쓴 듯하다.
 전체적으로 엷은 미색의 인조 대리석 재질로 통일되어 있어 좋았다. 다만 일부 층의 전시실 바닥의 너도밤나무 재질은 울긋불긋하여 전시 작품의 관람에 방해를 주었다. 전문미술관으로서 매우 성공적인 전시장으로 인천에 미술관을 세울 때 참고해야 할 전시장으로 추천하고 싶다.
 현재 미술관 운영은 작가 경력의 관장 밑에 여러명의 전문 큐레이터들이 전시를 기획하고 있는데 우리 일행이 둘러본 전시의 수준이 매우 좋았던 것은 큐레이터들이 매우 활발히 활동하는 노력의 소산인 것 같다. 1900년대 초기 재부산 작가들의 미술을 다량 수집하여 전시하는 등 자료의 보존과 부산 미술사를 정리 하는데에도 미술관이 주도를 하는 것 같다.
 부산시립미술관은 월1만, 연 12만의 관람객을 기록한다고 한다. 현재 바로 앞으로 지하철이 연결되면 더 많은 관객이 유치 될 듯하다. 역시 미술관은 접근성이 수월해야 되겠다는 생각이다. 또 주변의 잔디 광장에는 낮에는 운동, 밤에는 영화 상영이 가능한 자막이 설치되어 있고 조각 공원도 잘 꾸며져 있었다.
 위의 경우를 보면서 인천의 경우 부지 선정에 어려움이 우선 염려된다. 현재 시민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월동 같은 곳은 대부분 백화점, 대형 영화관, 각종 위락 시설이 이미 차지해 버려 정작 공공적인 성격의 미술관 등 문화시설은 발 붙일 곳이 없는 형편이다. 그런 점에서 부산은 성공적이며 모범적이다.
 인천에 미술관이 만들어진다면 우선 많은 서민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 세워져야 하고, 인천만의 독특한 외형과 성격있는 전시를 많이 수용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얼마전에 세워진 동경미술관이 10년 걸렸다고 한다. 우리도 이제부터 잘 준비하여 멋진 미술관을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