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석면 슬레이트 지붕 뒤덮여
상인·이용객 건강상 악영향 우려
토지주 철거 독려…비용부담 난항
실태조사 ·안전대책 마련 목소리
▲ 인천 동구 한 시장의 일부 지붕이 석면 슬레이트로 돼 있어 상인들이 건강을 우려하고 있다. 9일 시장을 찾은 한 시민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바람 한 번 불면 까만 석면 먼지가 날려서 물건에 묻습니다. 그저 한숨 밖에 나오지 않네요.”

인천 동구 A시장에서 30여년 동안 장사를 하고 있는 김모(68)씨는 석면 슬레이트로 돼 있는 지붕을 보며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강한 바람만 불면 석면 먼지가 날리기 때문이다. 시장 안은 석면 슬레이트 지붕으로 둘러싸여 있어 이른 아침인데도 빛이 들지 않았다. 상인들은 전구를 켜고 장사를 해야만 했다. 김씨는 “오랫동안 상인들은 떠나지도 못하고 석면 지붕 아래에서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바람이 불 때면 까만 먼지가 물품에 떨어져 매번 털어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9일 상인들에 따르면 시장 한쪽을 뒤덮고 있는 지붕은 1급 발암물질인 석면으로 구성된 슬레이트다. 상인들은 단골손님들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자리를 이동하지도 못하고 계속 석면 지붕 아래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슬레이트에 포함된 석면이 공기 중에 흩어져 상인들과 시장을 통행하는 주민 건강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구는 슬레이트 철거 민원이 접수돼 토지 소유주에게 문제점을 전하고 철거를 독려했지만 비용 부담 등 이유로 철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구 관계자는 “상인들이 석면 슬레이트 철거 관련 민원을 제기해서 소유주에게 얘기했지만 비용 때문에 무산된 바 있다”며 “지속해서 관심을 갖고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소유주에게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 석면안전관리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주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재실 동구의회 의원은 “해당 조례에 따르면 슬레이트가 사용된 시설물에 대한 사용 실태를 조사할 수 있다고 표기돼 있다”며 “시장은 다중이용시설인 만큼 정확한 실태 조사를 통해 상인들과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