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럼] 갈 길 먼 지방분권, 특례시 탓만 할 것인가
[제물포럼] 갈 길 먼 지방분권, 특례시 탓만 할 것인가
  • 홍성수
  • 승인 2020.10.18 16:21
  • 수정 2020.10.18 16:20
  • 2020.10.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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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수 경기본사 정경부장

지방자치제 부활 30년을 맞았지만 의미있는 지방자치의 길은 멀기만 하다.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지방행정체계를 바꾸는 작업은 지난 60년간 정권의 메아리 없는 구호로 그쳐 시간만 보냈다. 현재 32년 만에 국가행정체계를 바꾼다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은 20대 국회 막판에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폐기됐고, 21대 국회 시작과 함께 재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그러나 인구 50만 이상 도시에게 행정적 특례를 부여하는 특례시 제도 신설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통과의 복병으로 나타났다. 전국 16곳의 특례시 대상도시 중 10곳이 몰려 있는 경기도의 경우 존립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내년이면 도내 4곳 도시도 50만 도시로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 31개 도시 중 14곳이 특례시 부여 대상에 오르고 여기에 분도론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사분오열 상태다. 당초 특례시 제도의 정부 안은 인구 100만명이 기준이었다. 수원•고양•용인시와 경남 창원시 4곳이다. 그러나 전북 전주시, 충북 청주시 등이 가세하며 상황이 바뀌었고, 특례시 기준이 100만에서 50만 도시로 낮추면서 특례시와 비특례시 간 갈등을 불렀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지난 13일 '시도지사협의회'가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특례시 부분을 제외할 것을 공식 건의하기에 이른다. 특례시를 둘러싼 전국 지자체 간 갈등이 표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 현 상황이라면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초 계획을 바꾼 정부도 지방자치법 개정안 지연을 막기 위해 특례시를 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정부가 정책 변경을 해놓고 주변이 시끄럽다는 핑계를 앞세워 대안도 없이 빼버리는 태도도 볼썽사납다.

그렇다고 정부 탓만 하고 있을 수도 없다. 완성도 높은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이번에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통과되어야 한다. 갈길 먼 지방자치에 가까이라도 가려면 잦은 걸음으로라도 진일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례시 제도 외에도 이번 개정 법안에 담긴 내용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번 개정안에는 그동안 부족했던 '주민자치' 요소들이 다수 포함됐다. 주민이 의회에 직접 조례를 발의할 수 있는 '주민조례발안제'를 도입했다. 주민조례발안, 주민감사, 주민소송 기준연령도 19세에서 18세로 낮췄다. 자치단체의 기관구성 형태도 인구규모•재정여건 등에 따라 주민이 직접 투표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자치단체가 행정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법정 부단체장 외에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시•도 부단체장 1명을 조례를 통해 자율적으로 둘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 경기도 등 인구 500만명 이상은 2명을 임명할 수 있다.

지방의회의 역량도 강화한다. 광역 시•도, 시•군•구 지방의원의 자치입법•예산•감사 심의 등을 지원하는 '정책지원 전문인력' 제도의 도입 근거를 마련했다. 역량을 강화하는 만큼 책임성을 담보하기 위해 선택사항으로만 운영하던 윤리특별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했다.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의원에 대한 징계 등을 논의할 때 의무적으로 의견을 수렴토록 했다.

한마디로 지방자치의 부족했던 부분을 조금씩 채우는 법안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시급한 사항인 지방재정 확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도내 기초의회 등은 중앙 사무의 대폭 이양과 국세와 지방세 비율의 획기적 개선을 요구하며 지방자치법 개정안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특례시 제도가 나온 이유도 광역도시에 준하는 도시에 대해 별도의 특례를 줘 늘어나는 행정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역시 대도시 재정 문제 해결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당초 취지는 무색해졌고, 특례시라는 위상만 주겠다는 정부의 꼼수가 결국 전국 지방정부의 싸움판을 만들고 말았다.

1961년 군사쿠데타로 지방자치제가 중단된 이후 현재의 지방자치제를 만들기까지 40년이 걸렸다. 반쪽짜리 지방분권, 무늬만 지방자치제라는 오명속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국가행정체계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국가체계를 만들기 위해 좀 더 완성도 높은 분권형 국가행정체계로 다가설 수 있도록 정치권의 고민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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