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자 그림나무아트테라피 강사

오랜만에 집을 정리했다. '신박한 정리(tvN)' 프로그램 덕분이다. 정리만 했을 뿐인데 인테리어를 새로 한 것처럼 공간이 변한 모습을 보면서 나도 동참하고 싶었다. 계절도 바뀌었고 코로나19로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정리할 게 눈에 많이 보이는 잘 맞는 타이밍이었다.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정리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추억이 담긴 물건과 선물받은 물건을 버리는 일이었다. 다른 물건들은 버린다고 해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새롭게 살 수 있지만, 추억의 물건은 대체 불가이기 때문이다. 같은 것을 산다 해도 그 자체 의미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리를 마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단 비워야 소중한 것들이 보인답니다”라는 신애라씨의 말이었다. 추억을 소중하게 기억하는 마음도 좋지만, 그것이 꼭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기억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시발점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정리에 대한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 가득 채워놓고선 “이걸 언제 다하지?” 하며 한숨짓기 바쁘다. 그러다가 결국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해 아쉬워하기를 반복한다.

그때그때 정리하지 않으면 어느새 수북이 쌓이는 것들 때문에 혼란 상태가 되고 만다. 휴식이나 일을 취해야 하는 공간에는 어지러워진 물건들로 인해 시간과 에너지를 뺏기게 된다.

5~6년 전부터 매체에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두고 살아가는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가 부각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이번 집 정리를 통해 이 대세에 동참하고 싶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이유를 돌아보게 되었다. 마음이 공허하고 잦은 스트레스로 통제가 되지 않을 때 소비를 통해 마음을 채웠다는 점이다.

그러니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완전하게 정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또한 사람과의 추억을 물건으로 소유하며 기억해야만 했던 나에게는 그 물건을 절대 버릴 수 없는 일이었다. 즉, 마음이 온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완벽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물건을 정리하는 행위를 통해 마음을 정리하는 법을 배웠다. 정리•정돈의 삶이란 보이는 공간만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 내려놓지 못한 것들을 모두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이다.

시각적으로는 깔끔한 환경이 기분을 좋게 한다. 빈 곳을 어떻게 활용할까 끊임 없는 자문자답(自問自答)을 통해 결정한다. 주변 공간을 정리하는 것을 통해 스스로 '삶을 잘 조절하고 주도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지금 주변을 둘러보자. 보이는 곳에 버리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바로 버려보자. 기분이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