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대표 교육정책 실험 … '표준' 만든다

권선동 아이파크시티 중학교 15년 숙원

고심 끝 '초·중 통합운영 미래학교' 구상

1원도 안들이고 '통학구역찾기 앱' 개발

청렴홍보 캐릭터 수려미 사용 … 시너지 쑥

 

 

 

경기도내 가장 많은 인구가 사는 수원은 그만큼 교육에 대한 각종 요구도 많다.

수원교육지원청은 매일 학교신설에서부터 통학구역 문의, 각종 시설개선 등 각종 문의를 받는다. 특히 내 아이가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받길 원하는 학부모들에 바람은 학교신설과 시설개선 요구로 이어진다. 수원교육지원청 경영지원국은 이런 요구를 해결하며 나아가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하면 표준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이영만 수원교육지원청 경영지원국장은 “수원교육지원청은 많은 사람이 사는 수원의 교육행정업무를 맡으며 경기도를 대표하는 각종 정책도 실험되고 있다”며 “교육시설센터 설치, 미래학교 추진 등 수원에서 처음 시도되는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도내 다른 지자체는 물론 전국으로 확산하는 '표준'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15년 걸린 숙원사업을 풀다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에 있는 수원아이파크시티는 약 7000여 세대가 사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1단지가 준공된 지 벌써 10여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파트단지 내에는 중학교가 없다. 학생들은 8~9차선 대로를 건너 중학교로 통학해야 했다. 중학교 신설 요구는 15년 전부터 제기됐고, 아파트단지에 지역구를 둔 정치인들의 단골 공약이었다.

하지만 중학교 신설은 쉽지 않았다. 단지 내에는 없지만, 인근 지역에는 중학교가 있고 도로 횡단 등을 고려하지 않는 중앙투자심사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학구 내 학생 수도 적정한 수준이었다.

수원교육지원청은 고민을 거듭했다. 학부모에 요구를 가장 가까이서 접해 왔기에 간절함을 알고 있었고, 각종 방법을 모색해 왔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수원 초·중 통합운영 미래학교'다.

아파트 단지 인근 1만2272㎡ 부지에 설립될 예정인 미래학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가 통합된 학교다. 여기에 수영장과 체육관 등 지역주민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만들어진다.

수원교육지원청은 미래학교를 통해 무학년제 통합운영, 마을연계 교육프로그램, 학습콘텐츠 마켓 학교, 평생학습 플랫폼으로의 학교 등 각종 선도적인 교육정책을 적용하기 위해 검토 중이다. 지난 2월에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 통과됐으며, 현재 기획설계를 추진해 2023년 3월 개교할 계획이다.

숙원이 해결됐다는 소식에 지역주민들은 '교육지원청 직원 여러분 감사드린다'는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영만 국장은 “새로운 형태의 학교가 아닌 일반적인 중학교를 설립하려 했으면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힘든 요구였으나, 직원들의 적극적인 마음가짐과 업무능력으로 이뤄낼 수 있었던 성과”라고 말했다.

 

▲전국최초 '통학구역 찾기 앱'

초등학생을 아이로 둔 학부모들이 이사를 준비할 때 고민하는 첫 번째는 아이가 다닐 학교다. 학부모들은 아이가 갈 학교를 미리 둘러보고 시설 등을 확인하기도 한다. 다만, 도심지역은 초등학교 통학구역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 아이가 어느 학교에 배정될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또 인근 지역으로 이사 등 주소를 변경한 후에도 동일한 통학구역으로 알고 학교에 다니다 학구 위반에 걸리기도 한다. 학구 위반 시 선지망 후추첨으로 배정되는 중학교 입학 배정에서 제일 후순위로 밀려 통학구역에 맞는 학교를 다니고 있는지 확인이 중요하다.

수원교육지원청은 이를 한 번에 해소할 수 있는 앱을 개발했다.

지난 8월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에 출시된 '수원교육지원청 통학구역찾기' 앱이 바로 그것이다. 앱은 이사를 준비 중이거나 사는 주소지를 검색하면 통학구역에 맞는 초등학교를 알려준다. 학교명을 검색하면 학교의 통학구역 전체를 확인할 수 있다. 앱 개발에는 직원들의 적극적인 공이 있었다. 자체 개발을 통해 예산을 1원도 사용하지 않고 앱을 만들어 냈다.

경영지원국 학생배치팀 직원들은 도로명과 지번 주소 등 총 6만9705개의 주소데이터를 통·반, 도로명, 지번, 건물명, 통학구역 등으로 분류해 매칭 데이터를 만들었고, 학교명 터치 시 학교정보 페이지를 표시하는 간략한 정보도 넣었다.

또 청렴홍보 캐릭터 수려미를 앱 아이콘 및 인터넷사이트 배너에 사용해 업무 간 협업 시너지도 높였다.

수원교육지원청은 앱 개발을 통해 통학구역 검색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영만 국장은 “앱 개발 전에는 학부모들이 일일이 찾아봐야 통학구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핸드폰으로 간단히 검색을 통해 통학구역 학교를 확인할 수 있고, 부동산중개업자가 집을 소개하며 어느 학교에 배정되는지 바로 알려 줄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교과서 재고관리·화장실 공사 … 예산 절감 모색 '적극적'

 

▲우리 집 고치는 것처럼 … 예산 낭비를 잡아라

수원교육지원청은 청 내는 물론 수원지역 학교들의 예산 중에서도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교과서용 도서 주문 및 재고관리 시스템 도입이다.

무상으로 지급되는 초·중학교 교과서는 매년 학기 초 인쇄 후 재생산하지 않는 공급체계를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교 현장에서는 수시로 발생하는 학생 수 변동을 예상해 학기 초 재고를 비축해야 한다. 수원지역 학교는 필요한 교과서 수보다 4~5% 정도의 교과서를 추가로 구입해 보관해 왔다. 이런 교과서는 전학 온 학생에게 바로 지급되기도 하지만, 학기 말까지 재고로 남아있다가 버려지기도 한다.

수원교육지원청은 교과서 재고 보유량을 근본적으로 낮출 방안을 모색했다.

이를 통해 '학교 통합 재고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매월 학교별 교과서 재고현황을 취합 받아 교육청 홈페이지에 탑재 및 공유시켜줌으로써, 학교에서 부족한 교과서 발생 시 관리전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시스템화했다. 공유된 재고현황은 학교에 부족한 교과서를 인근 학교에서 구할 수 있도록 도와 교과서 재고를 줄였고, 학교가 미리 추가로 구입한 교과서 재고는 1.5%까지 낮아졌다.

예산도 지난해 1학기 대비 올해 1학기 11억여원을 아꼈다.

수원교육지원청은 학교 화장실 공사방식에서도 예산절감 방안을 만들었다.

학교는 10여년 주기로 매번 화장실을 모두 철거하고 새롭게 다시 만드는데, 공사 때마다 많은 폐기물이 발생하고 학생들은 공사기간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한다. 막대한 예산도 투입된다. 수원교육지원청은 공사방식을 바꿨다. 정말 필요한 공사를 진행하도록 해 폐기물 발생 등을 줄였고, 이는 1개 학교를 공사를 예산으로 3~4개 학교의 화장실을 바꿀 수 있었다.

이영만 국장은 “과거에는 화장실 안쪽 수도관 등이 녹이 슬어 매 주기 때마다 전면 교체해야 했었다. 그러나 최근 화장실은 녹이 슬지 않는 스테인리스 등을 사용하고 훨씬 더 오래 쓸 수 있다”며 “우리가 내 집 화장실을 10년마다 완전히 새롭게 만들지는 않지 않느냐. 내 집에 내 돈을 쓰는 것처럼 예산도 사용하자는 생각에 화장실 공사방식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대통령·모범공무원표창 수상

 

“교육행정직, 자부심을 가져야”

▲ 이영만 국장
▲ 이영만 국장

 

▲이영만 국장은

이영만 수원교육지원청 경영지원국장은 지난 1981년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간 경기도교육청과 수원교육지원청 등에서 학생수용담당, 예산1담당, 평생교육학습관 총무과장, 수원교육지원청 경영지원과장 등을 거쳤다. 그는 2000년 모범공무원표창과 2008년 대통령 표창 등도 수상했다.

그는 경기도교육비특별회계 재무회계규칙 해설집, 학생수용계획과 학교설립 등 교육행정의 토대가 되는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그는 교육행정직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국장은 “교육행정직 직원은 선생님들과 함께 교육을 이끌어가는 양대 축이다. 그런데 교육과정을 만드는 선생님들에 비해 자부심을 잃은 직원들이 많아 안타깝다. 향후 미래사회로 나가며 학교 안·밖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 이는 교육행정직의 역할도 커진다는 것”이라며 “교육행정직 직원들이 교육의 주체라는 당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업무를 충실히 이행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