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보도에 의하면 우리 나라 사교육비의 총 규모가 연간 3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2002년도 교육인적자원부의 총 세출예산이 22조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공교육 예산의 1.5배에 이르는 규모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사교육비란 세금 이외에 학부모가 자녀교육을 위해 지출하는 모든 비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가 흔히 걱정하는 과외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교재대, 학용품비, 하숙비 등 일체의 교육비용이 포함되겠지만, 역시 많은 부분은 입시학원, 개인과외, 특기교육 등을 위해 지출되는 과외교육비가 차지하게 된다.
 수도권 신도시의 학부모를 표집으로 조사한 다른 한 연구보고를 보면, 조사대상 학부모의 84%가 자녀에게 과외를 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91%, 중학생의 82%, 그리고 고등학생의 70%가 과외교육을 받고 있으며, 학생 1인당 월 평균 교육비는 22만원, 한 가구당 교육비 지출은 한달 평균 37만원 정도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사교육비는 가계지출에 있어 집세와 공과금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액수를 차지하는 것이며, 공교육비와 사교육비를 합치면 한달 생활비의 무려 45%를 자녀교육을 위해 지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 나라 학부모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많은 비용을 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과외교육의 효과나 학생들에게 주는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도 않은 채 가계에 큰 부담을 느끼면서까지 너도나도 유행처럼 자녀에게 과외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교육비의 지출이 가계의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비슷한 액수로 지출되고 있기 때문에 저소득층일수록 사교육비로 인한 부담은 점점 높아져서 소득분배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어 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교육비 증가의 폐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교육적 차원에서 보면 일반 학원이나 개인과외의 경우 입시나 시험위주의 단편적인 지식전달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의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저해하고 자율적인 학습태도를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 또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을 조장해서 결국 공교육의 부실을 가져오고 다시 사교육을 조장하는 악순환을 가져오게 된다. 사회적 차원에서 보면 교육을 출제의 수단으로 여기는 왜곡된 가치관을 형성시키고 계층간 국민위화감을 심화시켜 사회적 불안을 조성하게 된다. 또한 경제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이 가정의 가계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나아가 비생산적인 소모적 지출로 국가경제에도 부담을 주게된다.
 왜 이러한 과외열풍과 감당하기 어려운 사교육비 지출이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 크게는 우리 사회가 갖는 학벌위주의 경쟁구조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 공교육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학부모들의 실망감, 그리고 이러한 학부모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하여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사교육기관의 확장 등이 복합적인 원인이 되고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고 있는 초등학교 학부모들과 대화해 보면, 많은 수의 부모들은 학원교육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판단해서 하기보다는 남은 다 하는데 나만 안 보내면 뒤질지 모른다는 불안심리 때문에 많은 사교육비를 지불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과열과외와 사교육비 과다 지출 문제는 어느 한가지 원인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대학입시나 시험제도 등 교육제도 한가지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학력주의 경쟁구조를 바로잡아 나가는 일이겠지만,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우리 스스로가 쓸모없는 낭비적 경쟁을 하지 않도록 하는 집단적 자각과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 학부모들이 공교육에 대하여 정당한 요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교육 체제와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사회적 교육소비자 운동을 전개할 것을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