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범행 뒤 그만두려 했는데 형(숨진 공범 김모씨)이 앙심을 품을까봐 두려웠습니다. 유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6일 오전 10시30분 용인시 기흥읍 공세리 신갈저수지 둔치. 부녀자 6명을 노끈으로 목졸라 숨지게 한 사건의 현장검증에서 피의자 허모씨(25)는 다소 초췌한 모습으로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검증이 진행되는 동안 허씨는 내내 당시의 죄책감에 휩싸인 듯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주민 김모씨(28·주부)는 “왜소한 체격의 사람이 어떻게 6명의 부녀자를 살해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몸을 떨었다.
 이날 검증은 첫 범행일인 지난달 18일 오후 9시30분, 공범 김씨의 제의로 허씨가 김씨 소유의 차량 트렁크에 숨는 장면부터 시작됐다. 저수지 인근 C아파트내 상가 앞에서 첫 피해자인 이모씨(32·미용사)를 태우고 영동고속도로 하행선 용인휴게소로 이동, 이씨로부터 빼앗은 카드로 모자를 눌러쓴 허씨가 현금을 인출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특히 허씨는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오산톨게이트 500여m전방 인근 갓길에서 강모씨 등 3명의 여성에 대한 범행과정을 재연하면서는 “18시간동안 함께 음식과 술을 먹으며 가까운 사이가 됐으나 신고할까 두려워 범행했다”고 털어놔 인면수심의 극악성을 보였다.
 허씨는 용인시 기흥읍 D골프장 인근 야산에서 1차 피해자인 미용사 이씨를 암매장하는 과정에서 “나는 망을 보고 이씨가 죽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김씨가 삽으로 뒷머리를 몇 차례 찍었다”고 말해 주범이 아님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허씨는 이 과정을 재연한 뒤에는 심한 죄책감에 마음이 동요된 듯 참회의 눈물을 쏟아냈다. “유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경찰은 이날 검증에서 허씨 등이 이씨를 교사하는데 사용한 노끈에 지문이 묻었을 것을 우려, 사체를 묻으며 칼로 절단해 되가져왔다는 사실을 새로 밝혀냈다.
 허씨는 이날 6명의 여성을 납치 및 살해, 유기한 24곳의 현장을 돌며 그동안의 범행과정을 그대로 재연했다.
 6명의 부녀자를 연쇄살해한 범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왜소한 체격의 허씨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어떻게 해야 용서를 받을 수 있느냐”며 눈물을 흘렸지만 이미 때늦은 후회였다. 경찰은 여죄가 더 이상 없다고 판단, 오는 10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계획이다.
〈용인=구대서기자〉 kds@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