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기초단체, 버스를 복지로 보다

화성시, 11월부터 시민 이동권 보장 위해
총 28개 버스 노선 직접 운영키로 하자
시흥·의정부·광주시도 도입 움직임


-전문가·업계, 공공성 강화 일단은 환영

전문가, 만원버스 밀도 관리 위해서라도
'중앙정부 차원 적극적 지원' 목소리

업계, 코로나 대응책으론 찬성 입장 속
지나친 시장논리 개입에 대한 우려도
▲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도내 버스업계도 승객이 급감하는 등 매출 타격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6월 성남의 한 버스 회사가 코로나19로 운행을 중지한 모습. /인천일보DB

 

경기도를 비롯 도내 지방정부들이 공공성에 초점을 맞춘 버스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경기도가 수입금공동관리 대신 노선입찰제 기반 준공영제인 '경기도 공공버스'를 추진한데 이어, 화성시는 도내 처음으로 '버스 공영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즉, 지방정부가 민간 중심 버스 운영에서 벗어나고자 소매를 걷어붙인 것이다.

민영제와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 등 두 가지로 나뉜 도내 버스 정책은 공공성 강화와는 거리가 멀다. 아울러 공영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 역시 지방정부가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면서 한동안 잠잠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커진 올해 버스 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코로나19 영향이 버스 감회 운행과 노선 폐지 등으로 이어지자,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버스를 운영 및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전문가들 역시 공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버스 정책이야말로 코로나19 이후 일상을 뜻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콩나물시루와 같은 만원 버스를 없애고 체계적인 버스 밀도 관리를 위해서라도 중앙·지방정부와 버스 업계가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버스 공영제에 이르기까지

국내 버스 운영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민간사업자가 맡아 운영하며 필요할 때 중앙·지방정부로부터 일부 지원을 받는 '민영제'다. 지방정부 대부분이 선택한 민영제는 '버스는 민간 영역'이란 생각에서 처음 출발했다. 굳이 공공이 나서지 않아도 버스 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민영제를 둘러싼 열악한 버스 노동자 처우 문제와 수익성에 따라 노선이 폐지되는 등의 논란이 커지면서 공공성이 일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민영제와 공영제의 중간 형태인 '준공영제'다.

이는 말 그대로 지방정부가 부분적으로 버스 운영을 맡는 것이다. 2004년 서울시가 버스 노선을 개편하면서 처음 도입했으며, 도에선 2014년 경기지사 선거 때 등장한 바 있다. 당시 버스 준공영제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남경필 전 경기지사는 민간이 노선 소유권과 운영을 맡고, 도가 적자에 대한 표준운송원가를 기준으로 재정적 지원을 하는 수입금공동관리를 강조했다. 이같은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는 1일 2교대제 확립과 운행 횟수 준수율 향상 등은 기여했지만, 영구면허를 소유한 버스 업체가 재산권을 행사할뿐더러 통제가 어렵다는 문제가 뒤따랐다. 또한 도덕적 해이나 서비스 역행 등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이재명 경기지사는 부임 후 '수입금공동관리 방식은 버스 업체 배만 불리는 제도'라고 꼬집으며 원상 복구를 예고했다. 이에 등장한 것이 공공이 노선권을 소유하고 입찰 경쟁을 통해 선정된 민간사업자에게 일정 기간 버스노선 운영권을 위탁하는 노선입찰제다. 이 역시 공정한 경쟁으로 업체를 선정하고 재정 지원을 투명하게 하는 공공성 강화가 핵심이라는 점에서 공영제와 궤를 같이한다.

지방정부가 버스를 직접 소유하고 운영까지 하는 공영제는 그간 경제 논리 중심이던 버스 정책 대신 복지 차원에서 시민 이동권을 보장하고 버스 노동자 근무 환경을 개선해 질 좋은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도는 지난 3월부터 사업을 개시해 현재 16개 노선 120대를 운영중이다. 앞으로 광역버스(254개 노선)의 운영체계를 '공공버스'로 전환을 위해 올 하반기까지 점유율을 55%(140개 노선), 오는 2021년까지 81%(206개 노선)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박태환 도 교통국장은 지난달 공공버스 강화 기자회견 당시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승객 및 매출액 급감으로 광역버스 업체의 경영난이 계속되고 있고, 이에 따라 감차나 폐선 등으로 도민 불편이 야기되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안정적인 교통 서비스 제공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광역버스 운영 체계의 변화를 줘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도내 지방정부에 부는 버스 공영제 바람

화성시에 따르면 오는 11월부터 시내·마을버스 일부 노선을 시가 직접 운영하는 버스 공영제를 시행한다. 공영제 노선은 버스 업체가 시에 반납한 23개 노선과 신설 노선 5개를 포함한 총 28개(시내버스11·마을버스17) 노선이다.

앞서 화성시는 지난 2018년부터 공영제 도입을 위한 준비에 나선 바 있다. 도서지역이란 특성상 시가 자체적으로 버스를 운영하지 않는다면, 교통 복지 실현에 있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준공영제를 하기엔 예산 배분 등에 있어 어려움이 예상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공영제가 더 적합하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고 화성시는 설명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기존 민영제와 준공영제에 이어 공영제까지 더해지면서 화성시는 세 가지 버스 운영 방식을 모두 적용하는 지역이 됐다”며 “공영제는 시민의 발 역할을 하는 버스를 복지 차원으로 제공하자는 게 취지다. 이를 위해 공영제 시행 노선은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화성시가 선제적으로 나서자 영향을 받은 도내 지방정부 역시 공영제에 대한 관심을 보인다. 시흥시는 지난 20일 화성시를 찾아 공영제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당장 공영제를 도입하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공영제가 시민 교통 편의 향상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시흥시 관계자는 “검토라고도 말할 수 없을 정도 극 초기 단계”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시민 복지를 위한 방안이라면 알아보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화성시에 영향을 받은 의정부시 역시 오는 2021년 예정된 '시내버스 개선 연구용역'에 공영제 부분을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광주시도 마을버스 공영제 실현을 위해 2020년도 15대, 2021년 10대, 2022년도 4대 등 총 29대의 전기버스를 확보하고 2021년 3월부터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중앙정부도 공공성 강화에 중점 둔 사업 꺼내

최근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는 광역버스 3개 노선을 대상으로 준공영제 시범사업에 착수하기 위한 사업자 모집 공고를 실시했다. 대상 노선은 남양주에서 잠실역을 오가는 M2341을 비롯해 안양∼잠실역 M5333과 김포∼강남역 M6427 등이다. 국토부는 버스 업체와 면허반납 협의, 전문기관의 시범사업 포함 필요성 검토 등을 거쳐 최종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강조한 이번 시범사업의 핵심은 '공공성 강화', '재정 효율성 제고', '안전 및 서비스 개선' 등이다. 특히 광역버스 노선의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중앙정부에서 노선을 소유하는 한정면허로 운영하기로 했다. 기본 면허 기간은 5년이고, 면허 기간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서비스 평가 결과에 따라 1회 갱신할 수 있다.

국토부는 면허 기간이 만료돼 소유권이 국가로 귀속된 노선에 대해선 재입찰을 거쳐 사업자를 선정, 준공영제 노선의 사유화를 방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토부 대광위 관계자는 “시범사업 모집 공고는 내달 1일까지”라며 “평가를 거쳐 오는 10월까지 한정면허를 발급하고 순차적으로 운행을 개시한다. 이번 시범사업을 토대로 광역버스가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특히 공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준공영제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버스업계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핵심”

도내 지방정부가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버스 정책을 추진하자 전문가와 버스 업계는 코로나19 사태를 대비한 합리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가 중앙정부 차원에서 더욱더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더한 반면 버스 업계는 지나친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23일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올해 국토부와 도가 동시에 공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노선입찰제 방식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사실 버스 운영을 계속 민간에만 맡길 수도 없는 게 점점 시민들의 교통수단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고 평가하며 “하지만 공공이 한다는 점에서 분명 차별성은 가져야 한다. 가령 버스 내 좌석 간격을 조금씩 띄우는 방법 등으로 이용객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버스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5월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뜻을 모으면서 광역버스는 국가가 책임지기로 했다. 만약 도가 광역버스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공공성 강화는 실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재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공공성 강화는 허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국토부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역시 적극적으로 지방정부 돕기에 나섰으면 한다. 그간 기재부는 버스는 지방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면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버스는 민생의 기초 중에서도 기초다. 기재부 역시 적극적으로 재원을 투자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버스 업계에선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버스 정책이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책이라면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이달 수도권 내 코로나19 재확산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도내 한 버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매출을 100%라고 표현할 때, 이달 중순 매출이 60%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노선입찰제 준공영제와 공영제 등으로 코로나19 문제가 해결된다면 당연히 반길 것”이라며 “하지만 지방정부가 시장 논리에 너무 개입한다면 민간사업자가 설 땅이 없어질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 대한 조율은 분명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