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득세 과세표준 제외 관련
행안부 '법률 개정안' 입법 예고

기업들, 경기도 1315건 경정청구
성남 249건·화성 495억 '최다'
시·군 “재정악화 등 타격 클 듯”

경기도내 지방정부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앙정부가 '이중과세' 논란으로 지방정부와 기업 간 법적 분쟁까지 발생한 '외국납부세액'을 지방소득세 과세표준에서 제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도내 지방정부는 과다 납부한 세금을 돌려 달라고 요구한(경정청구) 기업에 최대 수백억원을 환급해야 할뿐더러 그동안 들어오던 외국납부세액마저 끊기게 돼 큰 타격이 예상된다.

1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2020년 지방세 관계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 개정안은 오는 2021년부터 기업들이 해외에서 현지 납부한 세금인 외국납부세액을 소득으로 보지 않고 공제 처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2014년 지방세법이 개정된 후 기업들이 각 지방정부에 납부한 외국납부세액을 지방소득세에서 환급 처리한다는 근거 역시 함께 마련됐다. 이로써 기업들은 경정청구를 신청한 지방정부로부터 세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들은 외국납부세액에 대한 공제를 인정하는 국세와 달리 지방소득세는 인정하지 않아 이중과세를 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해왔다. 실제 SK하이닉스 같은 경우 지방세법 개정으로 기업 이익 일부를 지방정부에 납부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며 성남과 이천시 등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역시 수원과 화성시 등에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납부한 지방소득세에 포함된 외국납부세액 384억원가량을 되돌려 달라며 경정청구에 나섰다.

이를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법적 근거 등을 이유로 이들의 요구를 거부해왔다. 하지만 최근 외국납부세액을 지방소득세에서 공제하지 않은 것은 이중과세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결국 중앙정부가 2014년 이후 기업이 지방정부에 납부한 외국납부세액을 돌려주라고 결정하면서 도내 지방정부가 기업에 내어줘야 할 세금은 1769억원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경기도가 제공한 '외국납부세액 관련 도내 경정청구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도내 31개 시·군 전체를 대상으로 총 1315건의 경정청구가 들어왔다. 이 중 건수가 가장 많은 지방정부는 성남시로 249건을 기록했고, 뒤이어 수원시 86건, 하남시 73건, 평택과 남양주시가 각각 66건이다.

되돌려 줘야 하는 세금이 많은 지방정부로는 화성시가 약 495억6346만원으로 규모가 가장 컸다. 이어 파주시 309억1609만원, 수원시 281억336만원, 용인시 233억7128만원 등 대부분 대기업이 몰린 지역이었다.

갑작스레 수백억원을 돌려줘야 하는 지방정부는 난감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방재정 확충에 큰 역할을 하던 외국납부세액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지방재정이 크게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도내 A 시·군 관계자는 “지난 13일 법이 시행하기 전에 세금을 신속하게 환급하라는 내용의 행안부 공문이 내려왔다”며 “당연히 따라야 하지만 지방재정 악화 등의 타격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B 시·군 관계자 역시 “경정청구가 들어온 날짜를 기준으로 환급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지방분권의 핵심이 지방재정인데 이번 결정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도 있었고 더는 이중과세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었다”며 “불합리한 제도는 당연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