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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격려는 이제 그만” 인천 체육계 자성 목소리
“수상한 격려는 이제 그만” 인천 체육계 자성 목소리
  • 이종만
  • 승인 2020.08.02 16:04
  • 수정 2020.08.02 16:03
  • 2020.08.03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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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불러 술자리' 시체육회 직원 징계
당사자 “격려” 명분 타당성 의심·비판
피해자 “불편·불쾌” 토로 … 의미 무색
현장 “사적영역 아닌 공적업무” 지적
이규생 회장 “지침 전달 … 개선책 마련”

“체육회 일부 직원들, 그리고 이들과 친한 몇몇 감독들의 사적 모임이 자기들끼리 회식하면서 특정 종목 선수단을 격려한다? 솔직히 격려는 명분일 뿐이고, 그냥 술자리 아닌가요.

과연 그런 자리에 선수들이 나가서 격려를 받는다고 느낄까요. 그런 자리에 있고 싶을까요? 동료로서 속상하고 민망합니다. 이제 민선 체육회장 시대를 맞아 더 공정하고 친절한 체육행정을 펼쳐야 할 우리 체육회와 직원들이 자성하고 혁신하며, 인식을 바꾸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격려는 체육회란 조직이 담당해야 할 공적 영역입니다. 체육회 직원의 사적 모임이 자신들과 친한 종목 감독이나 선수만을 대상으로 격려를 한다면, 다른 종목 지도자나 선수들은 이를 어떻게 볼까요? 체육회 직원과 친한 감독이나 종목은 뭔가 특혜를 입고, 그렇지 않은 종목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할겁니다.”

최근 인천시체육회 직원 4명이 2017년 말 한 주점에서 인천시청 여자핸드볼팀 선수들에게 강제로 술을 따르게 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자 체육회 및 체육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천일보 7월29일 온라인판>

이들은 “피해자가 주장하고 징계 당사자들이 부인하는 성희롱 여부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못지 않게 해당 술자리가 징계 대상 직원들에 의해 '격려'라고 포장되고 있는 것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에 징계를 받은 직원들은 최근 피해자들이 당시 상황을 폭로하자 “선수단을 격려하는 자리였을 뿐 술 강요나 신체접촉 등 부적절한 행위는 절대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 모든 관심은 '신체접촉 등 부적절한 행위를 둘러싸고 서로 완전히 다른 입장인 피해자와 징계 대상 직원들 중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에만 쏠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징계 받은 직원들이 당당하게 내세운 '선수단 격려'란 명분이 과연 타당한지, 비판적으로 의심하고 반박하는 것에도 점점 초점이 맞춰졌다.

이유는 이렇다. 먼저 체육회 직원들의 사적 모임이 마음대로 공적 영역의 업무인 선수단 격려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현장 체육인들 다수는 “일부 체육회 직원들이 자신들과 친한 특정 종목 감독들과 가지는 술자리에 선수들을 부르는 것이 어떻게 격려로 둔갑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들은 “'사적인 격려도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항변이 나올 수 있지만, 이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항상 공정한 체육 행정을 펼쳐야 하는 체육회 직원들의 책임과 임무를 망각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사적인 격려가 체육회 조직 내에서 용인이 될 경우, 직원과 지도자 또는 선수의 친소 관계에 따라 특혜 또는 불이익 논란이 필연적으로 불거질 수밖에 없어 결국 체육계 내부 분열과 대결, 반목을 부르게 된다는 논리다.

더욱이 징계를 받은 직원들은 당시 상황이 격려하기 위한 자리라고 했지만, 정작 격려를 받는 입장이어야 할 선수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또 사전에 충분히 이런 상황을 인지하지도 못했다.

피해 선수들은 그 자리에 대해 “회식하는 줄만 알았지, 그 곳에 체육회 직원들이 있었는 지 사전에 알지 못했다. 매우 불쾌하고 불편했던 시간이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앞서 징계위원회도 체육회의 자체 조사 및 당사자, 관련 참고인들의 진술을 종합적으로 청취한 결과 그 자리는 격려를 위해 만들진 것이 아니라 직원과 감독의 사적인 모임에 선수들이 잘 모르고 불려나갔던 상황일 뿐이며, 부적절한 행위도 있었다고 판단해 징계를 결정했다.

한 징계위원은 “'격려였다'는 직원들의 주장은 정말 군색하다. 또 별일 아닌듯 넘어갔지만, 징계를 받은 직원들이 당시 나온 술 값도 갹출한 뒤 현찰로 냈다고 주장하는데, 누가 요즘 수십만원을 이런 방식으로 지불하나. 이들의 해명을 들으면서 얼굴이 좀 화끈거렸다. 체육회 직원들이 지도자나 선수 등 현장 체육인들과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갑의 위치에 서있던 과거 관행이나 인식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새로운 민선 체육회장 체제 아래에서도 이런 일은 언제든 또 발생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

이규생 체육회장은 “격려는 철저히 공식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할 체육회의 공적 업무다. 사적 모임이 술자리를 만들어 특정 종목 선수단을 부르는 등의 방식으로,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절대 아니다. 일단 모든 부서에 '직원들은 현장 지도자 및 선수들과 불필요한 술자리를 갖지 말라'는 지침을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또 인식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도 세우겠다”고 밝혔다.

한편, 당시 해당 술자리에 참석했던 A씨는 “격려하려고 만든 자리 맞다. 그리고 당시 분명히 갹출해 계산했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돈을 걷어서 지불했는지는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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