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비 부당사용 오영란, 6개월 출전정지
조한준 감독엔 “상황 방치” 3개월 처분

대회만 불참 일상 지도 가능한 징계내용
최근 복귀에 “솜방망이 처벌” 비판여론
“대한체육회 민원 등 고민” 강경대응 시사

조 감독 “잘못 인정 … 허심탄회하게 대화”

인천시청 핸드볼팀 조한준 감독과 오영란 선수가 중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한준 감독 봐주기, 감싸기”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조 감독은 “솔직히 너무 힘들다. 그렇지만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27일 회의를 열고 인천시청 직장운동경기부 핸드볼팀 조한준 감독에게 출전정지 3개월(6개월에서 상훈감경/직무태만 및 품위손상 등), 오영란 선수에게 자격정지 6개월(회계질서문란, 사회적 물의, 성희롱 등)의 징계를 결정했다.

스포츠공정위원들은 조 감독과 오 선수에게 적용된 징계 사유를 검토한 뒤 이날 직접 회의장에 나와 발언한 두 당사자의 소명까지 듣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앞서 핸드볼 우생순 신화의 주역 중 한 명인 오영란은 최근 소속팀 선수단 식비를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체육회 조사 결과 오영란은 총 13명의 선수가 매달 1인당 33만원씩 낸 식비를 혼자 관리했으며, 이 돈으로 선수단 식단을 차리는데 필요한 장을 본 뒤 이 중 일부 물품을 본인의 집으로 가져가는 등 개인적으로 사용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팀 내 후배 선수들에게 선물을 요구하거나 성희롱 발언을 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오영란 선수는 지난 6월 사표를 제출했고, 인천시체육회는 조사를 이어가다 7월16일 이를 수리한 뒤 이번에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결정했다.

아울러 조한준 감독은 이런 상황을 방치해 결과적으로 품위를 손상했다고 봤다.

한범진 인천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장은 “이 사안은 매우 중대하고 민감하기 때문에 조한준 감독과 오영란 선수에게 최대한 소명기회를 부여했다. 정확하게 사건을 진단하고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공정하게 위원들과 장시간 토론을 통해 최종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문제를 제기했던 이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다. 특히, 조한준 감독에 대한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고 비판했다.

오영란 선수의 경우 자격정지 6개월이지만 그의 나이나 이번 사건에 따른 이미지 실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선수로서 재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조 감독은 제대로 책임을 진 모양새가 결코 아니”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실제, 이 일이 불거진 6월 중순 이후 최근까지 선수들과의 격리조치에 따라 사실상 직무정지 상태이던 조 감독은 오히려 징계와 동시에 약 40일 만인 29일부터 다시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당시 조사를 위해 일단 격리를 시켰지만, 이제 징계까지 모두 끝났으니 다시 선수지도를 해도 된다는 것.

또 조 감독이 받은 출전정지 징계는 대회(시합)에 나갈 수 없다는 것이지, 일상적인 감독 역할을 수행하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이유다.

인천시체육회는 29일 조 감독과 함께 핸드볼팀 선수들을 만나 지금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이런 입장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이에 이 문제를 공론화했던 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A씨는 “이렇게 낮은 수준의 징계가 내려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우리는 조 감독이 팀 내 부조리를 제대로 해결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없어 사태가 여기까지 왔다고 본다. 그런데 처벌이 너무 가볍다. 주변의 의견을 들어보고 상급기관인 대한체육회에 다시 민원을 넣거나, 수사의뢰 등 보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한준 감독은 “먼저 감독으로서 선수들의 고충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잘못을 인정한다. 이제 현장으로 돌아가 다시 선수들을 만나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겠다. 이 일이 터지고 난 후 매일 나 자신을 돌아보며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후회도 하고 반성도 했다. 동시에 나는 물론 우리 가족 모두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 진심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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