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지역차 무시 … 해제 촉구” 결의안
지역 정치권, 지정 범위 최소화 법안 발의
유지 여부 분기별 검토·필요시 해제 제안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최훈 인천동구지회장은 인천 동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일대 재개발·재건축 움직임이 당분간 '올스톱'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뜩이나 건설사들 관심 밖인 동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주택담보대출 시 담보인정비율(LTV)이 60%로 깎이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이 50%로 제한된다면 원도심 활성화 핵심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지역 이해도가 낮은 부동산 규제는 집값 상승과 거리가 멀었던 주택 소유자 피해에 더해 인천 균형 발전에도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원도심 쇠퇴 부추기는 꼴”
권혁철 인천시 주택녹지국장 역시 정부 6·17대책으로 인천 원도심 쇠퇴가 가속할 거라는 생각이다. 모든 지역에 규제책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서 부분적으로 시행해야 할 원도심 정비사업이 모두 막혀버렸다고 전한다.
권 국장은 “지역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 같은 구 안에 있어도 어떤 곳은 가격이 급등하고 어떤 곳은 하락하기도 한다. 역세권이냐 아니냐에 따라서도 다르다. 이러한 지역별 특성을 무시하고 권역별로 묶어서 규제하는 방식은 대단히 일괄적이고 일방적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목표대로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서는 일률적인 규제책 말고 '핀셋 규제'가 답이라고도 했다.
그는 “연수구 어느 동, 서구 어느 동 등 집값 상승 문제가 두드러지는 곳을 집어내 규제하는 것이 맞다. 정부의 불균형적 결정은 오히려 부동산 시장 불안정과 원도심 쇠퇴를 부추기는 행위”라며 “7월 초 각 군·구별 의견을 받아서 현지 여건과 다르고 불합리한 부분에 대한 개선과 지정 해제를 요구하는 안을 국토교통부에 공식적으로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시의회 “전형적인 탁상행정”
인천시의회는 6·17대책이 발표된 이후 지난달 26일 본회의를 열고 '인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해제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일부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을 두고 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것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다.
이용범 시의장은 “연수구 송도나 서구 청라 등 일부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 현상이 있었던 건데 대부분 인천 지역을 규제한다는 것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일이다. 탁상행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중앙정부 직권 행위도 안타깝고 사전에 제대로 건의하지 않은 집행부 잘못도 분명 있다”고 꼬집었다. 이 의장은 “무엇보다 시민들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내리꽂기식 규제책이 나온 것에 대해 안타깝고 분개한다”면서 “이런 방식 정책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장은 “국토교통부에 지정 해제를 요청하기 위해 100만인 서명을 받을 생각”이라며 “우선적으로 지정 해제를 촉구하는 지역 외 나머지 지역에 대한 해제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정대상지역 지정, 시·구 아닌 동(洞) 혹은 단지별 규제 가능해질까
정부가 부동산 규제 범위를 시나 구 단위로 설정해 인천 내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한다는 문제 지적에 지역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 발의 등을 통해 수정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주말 무소속 윤상현(동구미추홀을) 의원은 조정대상지역을 동 단위로 지정하되 그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범위로 하도록 명시한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을 현행 시·구가 아닌 동 단위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다.
윤 의원은 “같은 시나 구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주택 시장 형편이 다 다르다”며 “주택 거래도 잘되지 않는 지역이 다른 과열된 지역과 같은 시·구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규제를 일률적으로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에는 지정 유지 여부를 분기마다 재검토한 뒤 조정대상지역으로 유지할 필요가 없는 경우 지정을 해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아직 발의 단계라 소관 상임위원회의 심사와 법제사법위원회 검토 등 남은 산이 많지만 지역 사정에 맞는 부동산 규제 정책 방향 논의가 국회에서도 시작됨 셈이다.
▲인천 집값 상승은 사실 … “많이 오른 데는 더 규제 가해야”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인천 일부 지역 집값이 크게 올랐다는 점이다. 정말 부동산 규제가 필요한 지역이 있으면 인천시나 자치단체에서 먼저 나서 추가 규제를 정부에 요청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목소리도 있다. 국토교통부 등이 추진하는 지역 획일적 부동산 규제 방식이 불합리하다면 지역 내부에서 집값 시세 변동에 관심을 쏟고, 부동산 안정화를 목표로 정부에다 적재적소에 건의하는 '아래에서 위로' 방식이 논의돼야 하는 시점이다. 이 과정에서 무조건 규제를 철회해 달라고만 할 게 아니라 인천 집값 폭등 원인 지역에 대한 자체 정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지난달 29일 박남춘 인천시장에게 송도국제도시를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하도록 정부에 건의하라고 요청했다. 최근 송도국제도시가 인천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으니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더해 분양가상한제 규제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원진·곽안나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중구의회도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정부가 지난 17일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 따라 인천 중구가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되자 중구의회가 규제 해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내놨다.
중구의회는 지난달 30일 '인천 중구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해제 촉구 결의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올 2~5월 중구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평균 0.28%로 수도권 평균 상승률인 0.46%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지난 4~5월에 분양한 중구 2개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각각 4.1대 1, 4.35대 1로 조정대상지역 요건인 5대 1을 초과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됐던 중구가 부동산 투기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된 것은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반증으로 엄연한 행정오류라며 지적하고 나섰다.
최근 중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천국제공항과 항만 이용객이 급감해 실직자가 속출하고 항공사와 서비스산업, 관광업계 등 소상공인을 비롯한 관련 기업이 도산 위기에 직면하면서 지역 경제 위기를 맞았다.
중구의회는 “이 같은 상황에 중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지역 현실을 외면한 정부의 행정 편의주의적인 조치”라며 주민의 재산권 침해와 지역 경제 악화를 우려했다.
또 “주택법은 조정대상지역 지정 시 지역경제 사정과 부동산 거래 동향, 가격 추이, 외지인 갭투자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며 “아파트 청약경쟁률과 주택가격 평균 상승률이 수도권 평균 60% 수준에 불과한 중구에 수도권 위주의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행정 편의적 결정으로 일괄 지정된 중구 조정대상지역 해제와 자치 분권적 사고를 기반으로 지역 현실을 반영한 정책 수정 등을 요구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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