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발달과 변화는 거기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화이트, 블루, 옐로우 등 여러 가지 색깔로 구분해놓았다. 그런데 이제는 핑크칼라 워커가 등장되었다. 우선 핑크라는 색상은 부드럽고 따뜻하고 사랑스럽다하여 여성을 상징한다. 또한 핑크는 계절로 치면 봄이고 그래서 희망적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감성적·환상적이라는 색상본연의 의미를 떠올린다. 그래서 핑크칼라는 엔터테이먼트 산업, 서비스 산업 그리고 벤처산업에서 파생되는 프로세스형의 직종에서 그 위력이 크게 떠오르고 있다.
 본래 핑크칼라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관련이 있다. 파견노동자, 파트타이머, 임시직 근로자 등 종사형태의 자유로움과 비교적 용이한 노무관리의 이점 때문에 노사간에 새로운 노동시장의 근로자로 떠오르는 것이다. 반면에 근로자로서는 미숙련의 단기 취업자가 대부분으로 조직적 지원이나 전문직업교육의 혜택 등 자신의 근로조건을 향상시키기 어려운 약점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해도 근로자가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혜택이나 배려도 받지 못한 채 오직 개인의 희생정신에만 의존하는 오늘의 사회환경이나 기업풍토는 개선되어야 한다.
 최근 S보험 수도권부 대리점장 정점희씨는 자궁암 수술을 받고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3년간이나 연속으로 보험여왕에 뽑혔다. 그는 남편의 사업실패로 당시 7세, 5세의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길거리에 나앉게 되자 오직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보험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보험설계사를 비롯하여 화장품, 가전제품, 자동차, 정수기, 출판사 등의 방문판매직이나 외판, 광고, 영업직에 종사하는 여성 숫자는 1백만명 정도는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 역시 갑작스런 가정의 불운 또는 사업실패 등으로 어린 자식들과 부모, 형제까지 생계를 책임져야할 절박한 상황일 때 가장 쉽게 취직할 수 있었던 곳이 그런 류의 회사였다. 그 곳은 나이 많은 여성도 뚱뚱한 외모도 문제삼지 않으니 용기만 있으면 되는 것이었으리라.
 처음에는 얼굴에 쥐가 나고 모든 사람이 나를 공격할 것 같아서 밤마다 가위 눌려 식은 땀을 흘리던 일, 온 종일을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녀보아도 한 건도 못 올리고 펑펑 울면서 돌아서던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이런 여성들을 고용하고 있는 사용자는 무조건 신바람만 날 수 있었을까? 아무리 직업 정신이 투철하다해도 고객과의 약속을 위해 길거리에서 쓰러지길 몇번씩하면서 여왕의 자리를 지키다니? 어찌보면 어리석기까지 해보이는 눈물의 영광을 어떤 심정으로 받아 들였을까?. 나는 이 여성들의 투철한 직업 정신과 무서운 인내와 도전정신을 가진 핑크칼라 노동자를 이 시대의 오피스마더라고 부르고 싶다. 다만 떠오르는 직업의 각광받는 인력인데도 불구하고 근로자 일방의 봉사와 정진만을 강요하는 전근대적인 노사관계의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싶다.
 21C를 지식정보사회니 휴먼웨어 사회니 하여 전문적인 직업능력만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토록 치열한 직업정신으로 매진하는 이들의 삶의 태도를 누가 감히 비판할 수 있겠는가. 이들은 비록 낮은 임금에 불안한 근로조건에서 오로지 몸으로 때우는 노동이라 해도 진실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해내고 있는 것이다. 감동마케팅이니 정직마케팅이니 하는 얘기는 이런 근로자를 두고 하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국가와 기업은 현재 잠재 실업자의 78%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의 방치된 힘을 들어내고 개발해서 좀더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해야한다. 세일즈 대학, 보험설계사 학교, SOHO창업 학교 등의 다양하고 실용적인 직업교육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래서 여성이하면 더 잘할수 있는 일을 개발해야 한다.
 일본의 후구시마 씨즈고의 책 `여자를 알면 돈이 보인다""에서도 돈을 벌려면 여성의 심리를 먼저 파악하고 생애주기에 따른 접근법으로 영업을 하지 않으면 결코 돈을 벌 수 없다고 쓰고 있다. 이는 전 산업, 전 직종에서 여성의 독특한 심리와 개성을 존중하고 그에 대처하는 방법을 구하지 않으면 그들의 충성심을 끌어낼수 없기 때문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소비와 생산의 결정권을 동시에 거머쥔 것 같은 핑크칼라들. 그러나 우리의 현실에서는 호구지책의 수단으로 선택한 보험설계사 일이 최고의 수입을 보장하는 길이라는 것밖에는 달리 보이는 방법이 아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