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나 자녀 등의 직계존비속이 없는 청년 후보는 선거 운동에서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공직선거법이 전통적 가족에서 다양한 가족 형태로 변화하는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해 선거운동원 참여 등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기본소득당을 비롯한 도내 각 정당 등에 따르면 선거법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녀로 구성된 가족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탓에, 그 외 형태의 가족을 가진 후보자는 선거에서 가족 선거 운동원 참여에 제한을 받고 있다.

실제 현행 선거법 60조의3 2항에는 예비후보자의 직계존비속이 시민들에게 명함을 나눠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 조항에 근거한 선거법 93조의 경우에도 배우자 등 직계존비속이 본 선거 기간 후보자를 도와 지지를 호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선거법 68조 역시 후보자가 배우자 등 직계존비속 중 1인을 지정해 후보의 사진과 기호 등이 포함된 어깨띠 등 소품을 착용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105조에는 직계존비속을 선거구민에게 인사할 수 있는 제한 인원 5명에 포함하지 않아 사실상 직계존비속이 많을 수록 선거 운동원 참여도 많아지는 셈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자녀가 없는 청년 등의 후보들은 상대적으로 직계존비속이 적어 차별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2016년 열린 20대 총선에 나선 하윤정 노동당 후보는 이 같은 선거법에 크게 반발,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1인 가구와 비혼자 급증 등을 고려하지 않은 낡은 법'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2018년 기준 국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9.3%(585만 가구)를 차지하고 있다. 남성 1인 가구는 291만, 여성 1인 가구는 294만으로 이를 2000년과 비교할 경우 각각 207.5%, 130%씩 증가했다.

또한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2018' 중 결혼에 대한 태도 변화 항목을 보더라도 1998년에는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이 전체 조사의 33.6%였으나, 2018년에는 11.1%로 크게 줄었다. 특히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입장이 23.8%에서 46.6%로 급증하며 결혼은 선택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게 확인됐다.


상황이 이렇자 오는 4·15 총선(21대 총선)을 준비하는 청년 후보들은 직계존비속의 명함 교부 등의 내용이 담긴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고양갑 예비후보는 "우리나라는 어느덧 1인 가구 30% 시대를 맞이했고, 이 밖에도 임신이 불가능하거나 성소수자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늘고 있다"며 "그러나 이 선거법은 공평한 선거를 막는 동시에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방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후보 외 명함을 나눠줄 수 있는 인원을 똑같은 수로 제한한다면, 직계존비속도 돕는 게 가능하고 비혼 후보들도 동일한 선거 운동원으로 선거를 진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준한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초 선거 운동원을 최소화하고 돈을 적게 쓰도록 유도하고자 제한을 뒀던 조항이 시대 변화 흐름에 따라 불합리하게 보일 수도 있다"며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장려하는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그에 맞게 (해당 선거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