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량감염 사태의 진원지인 신천지교회는 다른 유사종교와 닮은꼴이 적지 않다. 먼저 감당하기 힘든 국가적·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는 점이 비슷하다. 세월호는 단원고 학생을 포함한 304명의 무고한 인명을 희생시켰고, 4800명에 달하는 코로나 확진자 대부분은 신천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신도들이 다닥다닥 바닥에 앉아 예배를 보고, 설교 한 귀절이 끝날 때마다 '아멘'을 외치는 특이한 종교행위가 공기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 집단발병을 야기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세월호 참사는 해운규정을 경시하는 종교집단의 비합리적·독선적 운영방식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됐다.

#사고가 났다고 해서 관련 집단을 매도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 못하는 태도는 상식 이하다. 신천지 교단은 자신들이 최대 피해자라고 항변했고, 구원파는 당국과 언론이 종교탄압을 하고 있다며 역공했다. 이러한 적반하장은 신도들의 조사방해로 이어졌다. 신천지 교인 상당수는 거짓말하거나 동선을 숨겨 방역당국의 애를 먹였으며, 구원파는 신도들이 나서 검찰의 압수수색을 물리적으로 막았다. #유병언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마자 도피했다. 신천지 교주 이만희도 집단발병 직후 자취를 감추었다가 2일 나타나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상황이 발생한 데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지만,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 따질 때가 아니다"라는 토를 달았다. 잠적 당시에는 "(코로나 확산이) 신천지가 급성장하는 것을 저지하고자 일으킨 마귀의 짓"이라는 메시지를 신도들에게 전했다. #이만희는 '이긴 자'를 자처한다. 이는 신약성경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용어로, 예수와 동격임을 암시한다.

이만희가 최태민 목사처럼 꿈을 빙자해 여성에게 접근했다는 점은 특이하다. 한때 신천지 2인자로 불렸던 김남희(여)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2002년 신천지 성경교육 수료식 날 식사자리에서 이만희 교주가 처음 나를 보더니 '이미 올 줄 알고 있었다. 꿈에서도 같이 손잡고 일했다. 얼굴을 보니 꿈에서 본 바로 그 얼굴'이라며 결혼을 요구해 이혼 뒤 사실혼 관계에 들어갔다"고 증언했다.

최 목사는 "육영수 여사가 자주 꿈에 나타나 딸을 도와달라고 했다"며 사망한 육 여사 대신 퍼스트레이드 역할을 하던 박근혜에게 접근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종교의 틀에서 종교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비상식과 해괴함, 파렴치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