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ILO 협약과 반대"...자치분권위도 목록서 제외
경기도가 추진해온 '근로감독권 지방정부 이양'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21일 경기도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도는 민선7기 공약으로 '지방정부 근로감독권 부여 추진'을 약속했다.

도는 고용부가 갖고 있는 근로감독권을 이양 받아 산업현장의 노동악습 등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에서다.

또한 고용부 자체 인력만으로는 5인 이하 사업장 등 노동권익 취약사업장을 감독하기 어렵다는 것도 주요 이유다. 실제 지난 2018년 전체 사업장 400만여곳 중 실제 근로감독이 이뤄진 사업장은 2만6000여 곳이며, 국민들의 노동인식이 확산되며 노동법 위반 신고사건 건수도 2014년 33만 6000건에서 지난 2018년 40만건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지난해 7월 SNS를 통해 "근로감독관의 업무 과중으로 불법노동 현장 단속이 불가하다. 지자체 특사경에 권한을 주면 불법 식품이나 대부업처럼 엄정 처리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고용부의 입장은 반대 입장을 보였고, 자치분권위원회도 지방이양사무 목록에서 제외하면서 권한이양은 좌초 기로에 놓였다.

고용부는 한국이 지난 1992년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81호 협약을 들고 있다. ILO 81호 협약은 '근로감독관은 중앙기관의 감독 및 관리 하에 두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경기도와 신창현 국회의원 등은 권한은 중앙기관의 감독 및 관리 하에 두고 사무를 위임하는 형태의 이양을 제안했으나, 고용부의 입장은 그대로다.

여기에 광역지방자치단체에 근로감독권을 위임할 경우 전국 동일하게 적용해야 할 기준이 흔들릴 수 있고, 지자체별 역량에 따라 불평등·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고용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근로감독관을 늘리기로 하고 1300명 채용계획을 세웠다. 고용부는 현재까지 1137명을 채용했다. 전국의 근로감독관은 총 2456명이며 이중 경기도 담당 감독관은 691명이다.

이 같은 고용부의 의견에 지방분권제도 등을 발굴 심의하는 지방자치분권위원회도 동의하고 있다. 분권위는 지난해 상반기 서울시가 건의한 동일 안건을 심의해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다만, 분권위는 향후 '2단계 지방일괄이양법 추진 단계에서 논의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분권위 관계자는 "당시 고용노동부의 의견을 수용해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지방일괄이양법 논의에서도 빠졌다"면서도 "향후 2단계 지방일괄이양법 과제 발굴 및 선정과정에서 건의가 올라온다면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가 비준한 ILO협약과 근로감독권 지방정부 이양은 서로 정반대 내용"이라면서 지자체에 위임형태로 이양할 수 없냐는 질문에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근로감독권 이양은 현장을 좀더 잘 알 수 있는 지자체가 도민들의 노동현장을 지키기 위한 취지인 만큼 지속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