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역사 기억하도록 그대로 남겨달라"
인천고교생 519명, 부평구청장에 탄원서
"차준택 인천 부평구청장님, 더 많은 국민들이 우리 지역 아픈 역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미쓰비시 줄사택'의 철거를 막아주세요."

124년의 역사를 지닌 인천고등학교 소속 학생 519명이 차 구청장에게 철거를 앞둔 미쓰비시 줄사택을 그 자리 그대로 보존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보냈다.

지난달 미쓰비시 줄사택을 방문한 뒤 보존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학생들은 철거 대신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22일 미추홀구에 있는 인천고등학교에서 '미쓰비시 줄사택 보존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최근 인천고 학생들이 구에 미쓰비시 줄사택을 보존해 달라는 탄원서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자 부평을 지역구로 둔 신은호 인천시의회 의원과 마경남 부평구의회 의원이 직접 의견 수렴에 나선 것이다.

이 자리에서 학교를 대표해 탄원서를 제출한 김다준(17)군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를 배우고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이에 미쓰비시 줄사택을 단순히 철거하기보단 교육 자료 등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곳은 강제노역이라는 어두운 역사를 보여주는 '네거티브 유산'으로 실제 답사 결과 곳곳에 강제노역의 증거가 담겨있었다"며 "그런데 만약 줄사택이 모두 철거된다면 미래에 이 같은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아무도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제강점기에 미쓰비시 제강 노동자의 합숙소로 사용됐다. 작은 집이 줄이어 있어 줄사택이라 불렸으나 연이은 철거로 9개 동 중 6개 동만 남아 있다.
현재 구는 내년 철거가 예정된 4개 동을 기록으로 남기고 향후 다른 곳에 복원한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이 경우 미쓰비시 줄사택이 지닌 역사성이 사라진다는 문제가 생긴다.

이를 우려한 학생들이 현장 그대로 역사를 지켜달라며 목소리를 높이자 부평구의회는 대책 마련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마 의원은 "이날 나온 의견을 토대로 부평을 대표하는 역사인 미쓰비시 줄사택을 보존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