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접었던 꿈 … 30대 후반부터 펼쳐"백영춘 선생 제자로 경기·서도민요 배워"대중과 소통하며 양로원 봉사 다니고파"

"소리를 하는 것 자체도 좋은데 사람들이 내가 하는 소리를 듣고 즐기는 모습을 보면 너무 행복합니다."

늦은 나이에 소리를 하고 싶어 서울·경기지방에 전승돼 오는 민요를 부르고, 공부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재담소리 예능보유자인 백영춘 선생의 제자 김윤희(50·여)씨.

김씨가 소리부르며 살고 싶다는 꿈을 키운건 어렸을 때부터였다.

"어릴적 동네에서 잔치만 있으면 앞에서 소리 부르고 춤추던 소녀가 저였어요."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그녀는 생활고에 꿈을 접고 공업소에서 일하고, 시집와서 생업에 치이고 육아를 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노래를 부를 기회는 점점 멀어져만 갔다.

그녀의 끼와 꿈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건 40대를 바라보던 지난 2006년이었다.

"소리를 하고 싶었어요. 어릴때부터 저한테 자리잡은 행복했던 기억은 잊혀지지 않고 결국 소리와 음악의 길로 저를 이끌게 된 것이죠."

그녀가 찾아간 곳은 한 사물놀이 문화원. 그곳에서 7년간 전국과 해외를 돌아다니며 사물놀이공연을 이어갔다.
7년간 사물놀이패 활동은 그녀의 끼와 흥을 발산시킬수 있었지만 소리에 대한 갈망을 채워주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 2013년 본격적으로 소리를 하기 위해 중앙대학교 국악과 대학원과정에 수강신청을 했다.

대학원에서 이춘희 선생과 정숙희 선생에게 소리에 대해 이론부터 실전까지 배운 그녀는 졸업작품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졸업 후 백영춘 선생의 제자로 들어가 재담과 경기민요, 서도민요를 배웠다. 그때부터 전국을 돌아다니며 대중들과 호흡하고 있다. 그녀의 '제비가'는 대중들에 환호와 평가를 이끌어내 국회의장상을 받기도 했다.
전국에서 노래를 부르고 심사를 하는 그녀는 여름이면 남편이 운영하는 펜션 운영을 돕고 있다.

그녀는 펜션을 찾는 손님들에게 사물놀이와 소리를 들려주며 함께 신나는 '놀이판'을 벌이기도 한다.

"경기민요소리는 전혀 어렵지 않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고, 즐길수 있는 소리가 국악이라고 생각합니다."

꿈을 이루며 살고 있는 그녀는 "앞으로로 대중들과 소통하며 양로원·노인정으로 봉사활동도 다니고 싶다"며 "누구나 의지만 있다면 국악을 배우고 함께 소통할 수 있다. 바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을 교육하고 같이 즐기며 국악이 이어질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