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지우는 과정 모아 영상회화 표현 … 인간 존재론 서사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인천아트플랫폼은 레지던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입주 작가들의 창작발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올해 입주 작가인 정석희의 14번째 개인전 '들불'을 7월13일부터 8월6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 B동 전시장에서 개최한다.

정석희 작가는 드로잉, 회화, 영상작품을 통해 인간 실존의 문제들을 담대하게 다뤄왔다. 그는 소소한 일상적 언어와 풍경을 통해 인간의 존재론에 대한 서사에서부터 현실과 비현실, 갈등과 대립 등 인간이 관계를 맺고 살아가면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폭넓은 관점으로 작업에 담는다.

특히, 작가는 수많은 형상을 반복적으로 '그리고' '지우는' 과정을 모아 하나의 영상 회화로 만드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며 과연 '회화의 완성은 어디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그는 인간을 주제로 인간의 순수한 꿈과 일상, 깊은 사유 속의 심상들을 수백 장의 드로잉, 회화에 담아 하나의 영상으로 만들고, '영상 매체'를 통해 두터운 시간의 층위를 더하며 회화의 가능성을 실험해 나간다.

작가는 전시 제목이자 작품 제목인 '들불'을 통해 '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세계, 그 안에 몸담은 생명과 자연을 품고 있는 현장이며, '불'은 하나의 현상으로서 생명을 타오르게 하며,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고통과 아픔,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자연과 일상의 풍경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통찰하려는 것으로 이상향으로서 들판이 갖는 공허함과 허무함,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마주하는 과잉, 속도의 현상 이면에 존재하는 현대인의 숙명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들불' 영상 작품을 비롯해 이를 제작하기 위한 작은 드로잉 작업이 함께 전시되며, '안과 밖'과 같은 최근 영상작품과 드로잉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수백 장의 평면회화가 함축된 영상회화 안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물감의 흔적과 종이의 질감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날로그적 전통회화의 감동을 만끽해 볼 수 있다.

올해 인천아트플랫폼 8기 입주작가인 정석희는 한성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으며, 뉴욕공대 대학원 커뮤니케이션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하였다. 2016년 <시간의 깊이> (OCI 미술관, 서울)을 포함해 13회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2015년 <무심> (소마드로잉센터, 서울) 등 60여회의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