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미술·박물관만들려면 수준높은 소장품과 발상의 전환 있어야"
▲ 서주선 인천미술협회 회장
▲ 황순우 ㈜건축사 사무소 바인 대표
▲ 박신의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인천 시민과 지역 문화예술계엔 오랜 숙원이 하나 있다. 인천시 역시 시민이 행복한 '문화성시 인천'을 만드는데, 가장 시급한 현안이며, 역점 과제로 꼽는 것이다. 바로, '시립미술관' 건립이다. 미술관은 그 도시의 문화적 역량을 대표하는 문화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는 전국 특별시와 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시립미술관이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염원을 담아 인천시는 용현·학익지구 5만809㎡ 부지에 뮤지엄(미술관·박물관), 문화산업시설(컬쳐 스퀘어·컨텐츠 빌리지 3동), 예술공원 등이 들어서는 인천뮤지엄파크(I.M.P, Incheon Museum Park)를 2016~2022년 조성키로 결단을 내렸다. 미술관 신축뿐만 아니라 현 인천시립박물관을 확장 이전하고, 문화산업시설까지 넣어서 하나의 공간에서 다양한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구상하고 있다. 인천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화시설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기부체납으로 받은 땅값을 제외하고 7년동안 2853억원(국비 590억원, 시비 894억원, 민관합동개발 1369억원)을 연차별로 투자한다.
시는 올해 본격 추진을 위해 인천뮤지엄파크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조사 용역 등 미술관 건립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지난 6월에는 시민대표와 지역예술, 학계, 운영, 전시, 건축 등 각 분야별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인천시립미술관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앞으로 어떤 성격의 뮤지엄을 지을 것인가. 그에 따른 작품 및 유물수집 등 소프트웨어는 무엇으로 채울 것이고, 건축 디자인 등 하드웨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명품 뮤지엄을 만들려면, 주도면밀한 전략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천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뮤지엄의 성격과 기능을 설정하고 건립과정의 시행착오도 최소화 해야겠다.
인천뮤지엄파크가 명품 박물관·미술관이 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분야별 전문가들에게 그 방향을 들어본다. /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



[서주선 인천미술협회 회장] "세계적 미술관 설립에 참여를"

이제 현실로 다가온 인천시립미술관 건립의 긴 여정이 시작되는 지금,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만큼 만감이 교차한다. 세계적 미술관의 탄생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만 실현이 가능할 것이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들도 처음엔 빈약한 컬렉션으로 시작했다. 그 예로 세계 3대 미술관으로 일컫는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1866년 미국 외교관인 존 제이(John Jay)가 파리에서 열린 미국 독립기념일 파티 연설이 계기였다. 그가 제대로 된 미술관이 없는 미국인들에게 자존심을 거론하며 문화 주권을 일깨워, 이 행사에 참석한 사업가와 예술인들이 뉴욕 중심가에 미술관을 건립하기로 뜻을 모았던 것이다.
1870년 뉴욕 5번가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개관되고 이전과 증개축 과정을 거친 이후 재벌들의 기부와 컬렉션을 기증한 미술 애호가들 덕분에 수장고에 작품이 쌓여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 발전의 시간이 이제 시작하는 우리의 경우에 비하면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었지만 세계적인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역사에 비하면 정말 빠른 성공을 이뤘다.
인천시립미술관이 세계적인 미술관을 꿈꾼다면, 인천의 자존심을 건 민간 활동을 기반으로 한 수준 높은 컬렉션의 확보를 위한 운동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인천시립미술관의 모습과 성격은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집약된 의견을 반영해야겠지만 우선 제언해 본다.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처럼 현대미술에 특정하거나 양식을 국한하는 등 특성을 강조하는 미술관은 지양하더라도 인천의 문화 예술의 전통 그리고 색깔이 담겨져 있으며 어렵겠지만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미술관으로 탄생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미술관은 그 특성상 건립 초기에서부터 학예부분의 전시전문가 개입과 관여가 설계부터 건축과 시설 전반에 걸쳐 있어야만 미술관 완공 후에 하자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황순우 ㈜건축사 사무소 바인 대표] "정교한 운영 시스템 설계해야"

뮤지엄 건축은 그 시대의 문화를 대변한다. 'museum'은 신(神)에게 바치기 위한 '수집품' 그 자체를 의미했다.
최근에는 참여와 과정이 중시되고 장르 간의 융합, 탈 경계, 창작과 유통의 변화, 소비자에서 생산자의 혼재 등 다양한 형식과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그만큼 정교한 '시스템 설계'가 필요하다. 마치 애플기업이 스마트폰의 플랫폼시스템을 설계하듯이 디자인이라는 옷을 입히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해 세종시 뮤지엄 파크에 대한 국제공모전이 있었다. 심사기준은 원칙과 기준, 주변시설과의 연계 및 공간 간 위계성, 창의성 및 혁신성, 완성도, 실현가능성과 문화벨트 구심점,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 새로운 개념의 뮤지엄 등으로 삼았다. 아마 인천시도 이같은 기준을 만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이 심사기준에서 과연 '새로운 개념의 뮤지엄'은 무엇일까? 건축가가 해법을 제시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우리는 인천만의 새로운 개념의 뮤지엄을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단순히 멋있는 문화공간을 확충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문화정책 안에서 뮤지엄 파크의 역할과 운영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문화공간을 만들고 나중에 운영을 준비하면서 실패한 많은 경험들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인천뮤지엄파크는 도서관만 더하면 한 지붕 아래 모든 예술이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파리의 퐁피드센터를 연상케 한다. 그뿐만 아니라 동양화학의 장치설비들의 모습을 보면 형태적으로도 매우 흡사하다. 이 장소의 핵심은 기괴한 기계장치설비와 공장에 있다. 그런데 핵심장소는 없어지고 일부만 보존된다는 점은 아쉽다.
유명한 뮤지엄은 도시의 맥락과 함께 하는데, 복합문화공간에서 문화콘텐츠산업과 관광산업을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기존 도시계획의 내용으로는 한계가 있다.
문화와 융합할 산업의 생태계가 주변에 없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박신의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차별화 위한 전략적 대응 필요"

인구 300만명을 넘어선 인천은 광역시 가운데 시립미술관이 없는 유일한 곳이다. 그동안 논의는 무성했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던 점을 아쉽게 돌아본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계획을 토대로 경쟁력을 갖춘 시설이 되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시립미술관이 늦어진 만큼, 인천시 고유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대내외 환경을 분석해 미술관의 지향점을 도출하고, 인천시 고유의 자원을 점검해 그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실제로 미술관에 대한 국내외 동향을 보면 소장품의 질적 수준을 중시하고, 전혀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는 전시 및 교육 프로그램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양상이 확인된다. 특히 관람객과의 관계를 중시하면서 관람객의 경험이 일방적이지 않은 쌍방향의 관계 설정이 주목받고 있다. 이를테면 참여박물관(participatory museum) 개념에 따라 관람객이 전시와 교육활동에 참여하는 경우도 가능할 것이다. 또한 스마트뮤지엄(smart museum) 개념에 따라 박물관 내에서 모든 활동과 서비스, 소통 체계가 하나로 묶여 문화 향유 극대화와 바이럴 마케팅 효과도 얻어낼 수 있다.
게다가 인천은 미술관을 뮤지엄파크 내 시설로 배치해 클러스터 개념을 도입했다. 이러한 집적단지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각 기관이 스스로 통합적 활동을 주도하면서 여타 기관과 유기적 연계를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 거론되는 시기에 미술관 소장품을 자원으로 인지해 이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정보재(information goods)로 가공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그럴 경우 클러스터 내에서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선순환적 공간이 될 것이고, 경쟁력은 바로 그 지점에서 주어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