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산업·역사문화유적 바탕 재미나는 문화도시 만들어야"
▲ 하석용 교수는 "인천은 해양도시이며, 산업도시이다. 또 역사 문화유적 도시인 만큼 여기에 걸맞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인천을 문화도시로 만들려면 문화의 자발적 수요 창출을 위한 전 시민 참여유도 전략을 제대로 가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천DB
"문화는 먹고 사는 생활에서 나오는 것" … 시민참여 강조
유람용 조선산업 육성·파격적 섬 운송시스템 구축 필요
'강화 중심 해상왕국 역사복원' 등 역사유적사업 제안도


최근 여기저기서 '문화도시' 열풍이다. '미래도시는 문화도시여야 한다'는 바람이 국내외적으로 불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시대를 맞아 인간이 대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가 아마도 문화가 아니겠느냐는 분위기다. 바야흐로 문화가 주제인 시대다. 인천시가 추구하는 문화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하석용 인천대 교수는 인천이 창출할 수 있는 문화도시 모델로 해양·산업도시, 역사문화유적 도시를 제안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하 교수는 지난 7일 인하대학교 6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도시특강에서 이같이 말하고 '문화의 자발적 수요의 재창출이 가능한 선순환구조를 만들기 위한 전 시민 참여유도 전략의 필요'를 강조했다. 또 문화는 행정관청이나 어떤 사람들이 만들어서 먹여주는 것이 아니며, 도시의 대중이 필요에 의해서 창조한 것이어야 지속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교과서를 덮으라'고 주장한다. 각종 용역보고서나 교과서 등에는 문화도시에 대한 '답'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 어느 길로 가야 하는가? 이날 하 교수가 제안한 '문화도시 인천의 과제,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도시특강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본다.

▲문화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만약에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가야의 건국설화에 나오는 '구지가'라는 노랫말이다. 이 노래는 먹고 사는 걸 해결하기 위해 밭에서 힘들게 농사를 지으면서 여인네들이 부른 농업 노동요다. 여인네들이 신세를 한탄하면서 부른 남편 욕지거리다. 정선에 가면, 정선아리랑이 있는데, 이 노랫말 역시 남녀의 사랑·세태의 풍자 등이 주조를 이룬다. 농사를 지어야 하는 산업은 농업일 수밖에 없고, 그런 노동의 고단함을 달래기 위해 노래라도 부르지 않으면, 고된 인생의 고비를 넘기기가 어려웠다. 오늘의 시련과 아픔, 내일을 알 수 없는 고통, 한탄을 노래로 승화시킨 것이다.
하석용 교수는 이것이 산업과 문화예술의 원시적 관계의 표본이라고 지적한다.
이처럼 먹고 사는 생활 속에서 예술이 나오고 문화가 되는 것이며 이의 역사적인 축적이 곧 인간 문화사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것이 문화야!'라고 하늘에서 점지해 준 것은 없고 그러한 노래와 농업이라는 산업은 일체가 되는 것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문화는 바로 이렇게 형성되는 것이라는 원천적인 인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강의 내용을 요약 전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도시 형성의 역사는
도시는 먹고 사는 방법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그곳에 가면 뭔가 먹고 사는 것이 수월하기에 모여든다. 먹고 사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를 얘기 하지 않는 문화의 이야기는 모두 공허하다.
도시는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에 따라 △복합산업의 HQ(Head Quater) 단지화:수도(首都)형 대도시 △특정산업의 전문 단지화:중소형 산업도시 △산업의 쇠퇴와 재생:전략적 창조도시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도시는 풍요로울 것(wealth), 쾌적하고 안전할 것(amenity, safety), 사는 것이 재미있을 것(amusement), 이 모든 것이 지속가능할 것(sustainability) 등을 충족시켜야 한다.
인천은 300만 대도시를 자랑하지만, 복합산업의 HQ 시티(city)화가 아니라 특정산업의 전문 단지화에 타깃으로 맞추어야 한다.

▲문화도시란 어떤 도시인가
넓은 의미의 문화는 복수의 인간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양태, 즉 "인류사=문화사"라는 개념이다. 그러나 좁은 의미의 문화는 복수의 인간들이 모여서 삶의 의미를 만들고 향유하는 형식을 말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먹고사는 방법이 문화를 결정하고 다시 문화가 먹고 사는 수단이 된다.
문화도시라고 하는 개념이 사전적으로 정의 된 바는 없다. 다만, '①산업적인 성공을 바탕으로 ②문화·예술적인 작업들이 프로와 아마추어의 영역 모두에서, ③전도시적으로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④일반시민의 다수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⑤그러한 활동이 자체적으로 재생산되는 능력을 가지는 도시, 또한, 그러한 활동의 결과로 도시 전체에 사는 재미가 넘치는 휴머니즘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성공한 도시' 정도로, 문화도시를 정의한다면 지향의 목표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다시, 인문학의 입장에서 예술이란 무엇인가?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삶을 재미있게 만드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도시에 사는 재미가 넘치도록 하기 위해 예술을 활용한다. 도시 전체가 사는 재미가 넘치는 휴머니즘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성공한 도시가 문화도시다.

▲인천의 현주소는
인천의 현재를 SWOT 분석을 통해 진단해 보면, 인천은 풍부한 자연적인 조건과 역사적 유산을 갖고 있으며, 배후에 서울과 경기라는 거대 소비집단을 두고 있다. 반면 주변에 강력한 경쟁집단, 재정권력의 문화예술지배, 고정 개발사업에 포로가 된 재정 등의 약점을 갖고 있다. 새로운 산업을 모색해야 하는 필요가 존재하고 통일의 전략기지로서 갖는 전략적 가치 등은 기회요인이며, 산업체의 도시 이탈과 행정의 지속적인 생산성 하락 등은 약점이라고 하겠다.
이를 종합하면 인천의 현재를 평가한다면 이 모든 조건들이 복합돼, 선택도 집중도 없이 굴러가는 비효율 무지향적인 도시, 즉 사는 것이 별로 재미없는 비문화적인 도시다.
이와 대응하는 인천시 집행부의 현실 인식과 목표를 '인천광역시 2030 도시계획', '경제도시-부자도시 인천' 등에서 살펴 보면, △가치관의 선택과 관련해 과학적·논리적 탐구과정의 부실 △사회적 합의 과정과 관련해 민주성의 부족 △인천에 밀착한 현장적인 문제의식의 부족 △목표와 현실의 혼동 △추상적, 상투적 언어로 나열된 대안 △역량과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과다한 백화점식 사업 목표 △6하 원칙(특히 what 과 how)에 입각한 대안의 부재 △문화도시에 대한 종합적, 구체적인 인식의 부재 등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최소한 사전 준비가 철저하게 논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종합적인 조건을 분석하고, 선택가능한 모델을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이를 위한 실행 계획으로 추진조직을 구성하고 실효성 있는 재정계획·시간계획을 수립해야한다.
그럼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최적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인천은 HQ 도시일 수도 없고, HQ 도시일 필요도 없다. 허브나 센터보다는 네트워킹(Networking)과 공유(Sharing)의 시대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기 보다는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키워야 한다. 이어 배경(background, base, environment) 사업과 선도적 핵심사업(core, key, pilot project)을 선택해야 한다. 사회가 옳은 필요를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 리더십이고, 리더십은 감동의 창조이며, 사회를 감동시켜야 한다. 선도핵심사업은 네트워킹과 공유의 원칙에 충실하되 충분히 압도적이어야 하며, 다른 산업부문에 대한 긍정적인 파급력이 높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이를 종합한 사례로는 △덴마크 엔리코 달가스(Enrico M Dalgas)의 황무지 개간과 식목사업 △뉴욕 로버트 모제스(Robert Moses)의 맨해튼 건설사업 △네덜란드의 물류 유통의 산업화 전략 △영국의 관광자원화 전략:언어와 전설, 허구의 산업자원화 △파리의 에펠탑 건설사업 △아이슬란드의 에너지 자급전략과 관광산업 △이스라엘의 화훼, 낙농 육성사업 △전주의 전통문화 활용산업-한옥마을, 대사습놀이, 이성계 유적의 활용 등을 들 수 있다.

▲인천이 가지고 있는 조건은
인천이 SWOT 분석 이외에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조건들이 있다. 인천은 해양도시다. 인천은 전통 산업도시다. 인천에는 적지 않은 역사적 문화자원이 존재한다. 인천은 미래형 도시를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인천은 인구 300만을 보유한 대도시다. 인천은 전국 인구의 절반과 국민소득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소비 집단을 배후로 가지고 있다. 인천은 신·구 도심의 분리와 산업의 낙후화로 인해 '긴급하게 새로운 먹고 살거리'의 창출을 필요로 하고 있다. 현재 인천은 주변지역과 문화도시 건설의 경쟁에서 현저하게 뒤지고 있다는 것 등이다.

▲인천이 창출할 수 있는 문화도시의 모델은
인천은 해양도시이며, 산업도시이다. 또 역사 문화유적 도시인 만큼 여기에 걸맞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문화도시를 만들려면 문화의 자발적 수요 창출을 위한 전 시민 참여유도 전략을 제대로 가동해야 한다.
인천은 해양·산업도시인 만큼, 항구에 맞는 선도 산업기반으로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창출되는 중소형 특수선박과 요트 등 유람용 조선산업의 전략적 육성이 필요하다. 또 항구에 어울리는 소비기지화 전략으로 인천의 바다를 서울·경기 등 소비자들의 앞마당 놀이터로 조성하는 관광유흥산업에 대한 개방성과 관용성을 보여야 한다. 도서의 관광자원화 전략으로는 도서 접근성을 위한 파격적인 운송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와 함께 역사문화유적도시로 역사유적의 자원화 노력이 필요하며, 파편적으로 존재하는 역사 유적의 연결성 복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생산자 중심의 문화예술에서 소비자 중심의 문화예술로 전환해 시끌벅적한 장마당형 문화를 창출해야 한다.
이는 인천이 능력을 갖고 구할 수 있고 먹고 살거리를 만드는 동시에 파급되는 문화적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들이다.

▲위 논리에 따라 실험적사업 모델을 제안한다면
내항을 특수조선 단지화하는 동시에 공간을 나누어 세계적 규모의 해상분수 쇼, 수변공연장을 중심으로 한 위락소비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도서의 빗물자원화 시범시설의 관광자원화와 요트 콘도산업, 수중해양수족관, 해상 익스트림 스포츠 유치 등 선도모델 사업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각 도서에 대한 접근성 개선, 경인운하와 연결하는 크루즈 항로의 개발, 도서별 특화산업 개발을 통해 도서를 관광 자원화하는 방안도 있다. 특히 강화(교동)를 중심으로 해상왕국 역사복원 사업도 추진할 만 할 것이다. 문화예술 활동의 코어 조성과 거리소비의 조장, 구도심 개발 대상지역에 복합적 원 스톱 관광 소비시설의 유치도 모델이 될 수 있다. 특히 전 시민이 공감하고 감동하는 문화도시를 만들고 문화산업의 자발적 재생산 능력의 기초를 만들어 줘야 한다. 즉 1인 1기 갖기 사업의 전개와 문화지원 조직의 강화를 위한 문화·지역언론 지원재단의 구축 등을 통해 전 시민의 문화자원화를 도모하고 이의 실현을 위한 사회적 후원·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문화는 먹고 사는 것을 제대로 선정하고 그것으로부터 파급 효과를 극대화시킬 때에 스스로 형성된다. 베이스와 코어를 동시에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거기에는 감동을 줄 수 있는 정직함과 유능함이 필요하다.

/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