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위반해도 부과는 1건'
국토부 유권해석 단서조항 탓
솜방망이 처벌에 위법 되풀이
국토교통부의 투명하고 효율적인 공동주택 관리를 위한 '공동주택관리법'이 2015년 8월 제정된 이후 22개월이 지나도록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25일 성남시 등에 따르면 2015년11월 성남시 A아파트에 대해 공동주택 관리 감사를 했다. 감사결과 행정지도 30건, 시정명령 1건, 과태료처분 24건, 수사의뢰 2건 등 58건의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사항이 무더기 나왔다.

A아파트 관리업체와 입주자대표회의가 공사 사업자 선정지침을 위반하고, 주민동의 없이 장기수선분담금을 사용하는 등 위법 사실이 다양했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긴급을 요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300만원 이상 공사는 입찰을 통해 선정해야 한다.

또 계획이 없이 장기수선분담금을 사용코자 할 때에는 수립계획을 세워 주민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반 할 경우 않으면 2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다.

그러나 감사결과에 따른 성남시의 조치는 입주자대표회의에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관리업체에 1건의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그쳤다.

이런 상황은 경기도 내 다른 지자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성남·수원·안양시는 지난해 각각 10개, 9개, 6개 단지의 아파트 관리비 사용에 대한 감사를 했다. 감사결과 대부분 단지에서 공사업체 선정 부적정 등 각종 위법사실이 드러났다. 25개 단지에서 위법사실을 지적받지 않은 곳은 단 1곳도 없었지만, 과태료는 고작 1건씩 부과받았다.

이런 엉터리 과태료 부과는 국토부의 유권해석에 따른 것이다.

과태료 부과에 기본법인 '질서유지행위규제법'은 두 가지 이상 위반행위일 경우 각각의 위반행위에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있으나 단서조항을 통해 개별법이 이와 다른 규정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1월 이 단서조항을 적용해 공동주택관리법상 위반행위가 둘 이상이면 가장 중한 과태료만을 부과하도록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이런 해석으로 관리업체가 주택법을 여러 차례 위반해도 과태료는 한 건에 불과해 계속해서 위반을 저지르는 위법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인으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가 전문적인 사항을 알 수 없기에 여러 건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관리업체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는 1건이지만 아파트 관리업체를 감독할 지자체가 판단해 영업정지 및 자격취소를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파트관리업체가 과태료 이상 영업정지 및 자격취소를 받는 경우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주택관리에 소홀한 경우, 부당이득을 취해 입주민들에게 손해를 끼쳤을 경우 등 민·형사상 책임을 동반하는 수준이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여러 차례 개정을 통해 공동주택관리법이 만들어졌지만 어처구니없는 처벌기준을 바꾸지 않고서는 법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며 "관리업체들은 솜방망이 처벌에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다. 솜방망이 처벌뿐이라 지자체도 허술한 감사를 진행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여러 건의 위반행위를 적발하더라도 국토부 해석에 따라 중한 과태료 한 건에 대해서만 부과할 수밖에 없다"며 "위법적인 아파트관리가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과 행정지도를 통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