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옥션 본사서 프리뷰어…시초 3억5천만원
실학박물관 예산 없어 개인 소장가에 넘어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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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 대표 실학자 '다산 정약용'초상화.

조선시대 실학자 다산 정약용(1762-1836 )이 남긴 유품 '하피첩'(보물 1683-2호)이 경매에 넘겨졌다.

예금보험공사가 채무자로부터 확보해 두었다가 오는 14일 경매에 부친 것이다. 경매에 앞서 9일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 본사에서 프리뷰어가 진행된다. 경매 시초는 3억5천만원이라고 한다.

이에 경기도 실학박물관이 이 유물을 구입하려고 하지만 유물구입비 예산이 없어서 결국 개인 소장가에게 넘어갈 위기에 놓여 있다.

8일 실학박물관 등에 따르면 하피첩은 200년 동안 세상에 얼굴을 감추었다가 2006년 개인 소장가가 소장한 사실이 알려졌다. 그 이후 실물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산의 7대 종손에 의하면 박물관도 아닌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가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는 것.

하피첩은 다산이 남긴 많은 저술과 유품 중에서도 오늘날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감성적 유물의 백미로 꼽힌다.

다산은 경기도가 자랑하는 역사인물이다. 그가 남긴 경기도의 소중한 유산이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거래를 앞두고 있다. 도는 다산의 실학사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실학박물관까지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실학박물관에 유물구입비 예산이 없어서 국민들이 하피첩의 실물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처지에 놓여 있다. 경기도의 정신문화가 어디로 갈 것인지를 지켜 보기만 할 일은 아닌 듯 싶다.

실학박물관 관계자는 "국민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 주고 느낄 수 있는 것으로 하피첩만한 것이 없으며 "국민들에게 박물관에서 실물을 보여주고 싶어서 백방으로 구입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
 
▲하피첩

'하피첩'은 다산이 강진에 유배됐을 때 아내 홍씨 부인이 시집올 때 입었던 붉은색 비단치마를 부쳐오자, 그 치마를 마름질해서 두 아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구절을 써서 보내 준 글을 모은 것이다.

1808년부터 1810년까지 고향 남양주 마재마을에 살고 있는 두 아들에게 삶의 철학과 인생의 지침을 적어 보냈다. 원래 4첩으로 이루어졌는데, 현재 3첩만 남아 전한다.

'하피'는 다산이 명명한 것으로, 혼례 때 '신부가 입은 예복이 오래되어 색이 변한 것'을 말하는데, 홍씨 부인이 시집올 때 입고 온 치마로 만든 것을 비유한 말이다. 다산이 고난을 이겨내고 학문탐구로 유배생활을 보내면서도, 부인에 대한 정과 아들에 대한 사랑어린 가르침을 직접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