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대법원에서 범죄와 관련 없는 개명에 대한 허용을 판결하면서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개명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개명 허가율도 과거 70% 내외였지만 대법원의 판결 이후에는 90% 이상이 되면서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개명에 성공하고 있다.

올해에도 상반기 동안 8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개명을 신청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개명을 원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개명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확실한 것은 사람의 이름이 그 사람의 이미지를 좌우한다는 심리적인 요인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이름 또한 관객들에게 그 인물에 대한 이미지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에서 인물 성격 구축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작중인물이 나레이션을 통해 직접 성격을 한정하는 방법과 극 중 여러 가지 형태로 성격을 보여주는 간접제시 방법이다. 간접제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주인공의 이름을 통한 것이다. 우리는 주인공의 이름을 통해 어느 정도 성별과 성격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강우석 감독의 영화 <공공의 적>(2002)에서 다혈질 성격의 형사로 등장한 설경구의 극중 이름은 강철중이다. 누가 들어도 이 이름은 강력하고 극중 캐릭터와 부합한다. 최근 나온 영화 <베테랑>(2015)에서 형사 역을 맡은 황정민의 극중 이름은 서도철 이다. 서도철은 강철중이란 이름만큼 강한 이미지는 아니지만 형사 역에 어울릴만한 이름이다.

만약, 이 영화들에서 강철중, 서도철이 아닌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진 이름을 사용하였거나 뭔가 캐릭터와 맞지 않는 이름이였다면 우리는 강철중, 서도철 보다 설경구, 황정민으로 그 역할을 기억했을 지도 모른다.

필자는 2003년에 개봉된 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을 최민식이 아닌 오대수로 기억하고 있다. 이는 오대수란 주인공의 이름이 올드보이라는 영화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영화감독들은 극중에서 주인공 이름이 많이 호명되지 않더라도 영화 속 주인공의 작명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이는 외국 영화감독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인생자체가 방송인 <트루먼 쇼>(1998)에서 나온 주인공 트루먼(Truman)과 거부할 수 없는 운명과 과거에 대한 향수를 그린 영화 <이터널 선샤인>(2004)에 나온 여주인공 클레멘타인은 영화의 내용과 밀접히 관련된 이름들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영화 속 주인공의 작명은 어떻게 이뤄질까? 가장 흔한 방법으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차용하는 것이다. 주변의 인물 중 영화 속 주인공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 사람의 이름을 약간의 변용을 통해 사용하거나 또는 바로 차용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작명소에 직접 가서 이름을 짓기도 하고 졸업 앨범을 보고 캐릭터에 맞는 이름을 찾기도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나 원작이 있는 영화의 경우는 주인공의 작명으로 인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대부분 실존인물과 원작의 주인공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이름을 작명할 경우 시대적 배경 또한 고려사항이다. 시대적배경이 과거인 경우는 세련된 이름보다는 과거에 많이 사용됐던 이름을 차용한다. 영화 <국제시장>(2014)의 덕수, 영자, 달구 등은 이름을 통해 시대적 배경을 알게 해 준다.

우리가 무심코 들었던 영화 속 등장인물의 이름은 관객들에게 주인공의 성격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시대적 배경 등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그런데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뷰티 인사이드>(2015)는 이제껏 이야기 했던 것과는 다르게 한 명의 주인공 이름(우진)을 여러 명의 배우들이 공유한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는 자고 일어나면 다른 사람으로 바뀐다는 독특한 소재를 영화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2012년 똑같은 설정의 모 컴퓨터 회사의 광고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설정으로 주인공 우진은 남녀노소 20명 이상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데 아마도 이러한 극중 캐릭터 때문에 감독은 대중적인 이름인 우진을 주인공의 이름으로 사용했을 것이다.

필자는 종종 TV에서 인물에 대한 이름을 미처 알지 못한 채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를 볼 때가 있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 그 성공한 사람의 이름을 알게 되는데 그 때마다 그 사람의 이미지는 이름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생에서 이미지를 갖게 된다. 영화 속이든 실제 생활이든 이름은 최초의 이미지를 형성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이미지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름과 함께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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