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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창작센터] 지역주민 '당신'이 예술가 … 삶을 풍부하게 하다

[경기창작센터와 예술가들 - 오십개의 방 오만가지 이야기]
8)이주와 정주 Ⅱ-국제교류 AIAV 'YOU'프로젝트

2015년 03월 03일 22:23 화요일
▲ 국제교류 AIAV의 'YOU'프로젝트에 참가한 허태원 미술작가의 작품 전시 풍경.
▲ 'YOU_미와씨의 옷과 심지들'
▲ 'YOU_키지마씨의 고구마'
▲ 'YOU_쿠라모토씨와 동굴탐험'
▲ 'YOU_오나카씨의 반죽과정'
▲ 워크숍에 참여한 어린이.
▲ 야마구치대학 수업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허태원 작가.
▲ '여기에 꽃을 심어도 될까요?'
日 국제예술촌 프로그램 참가 … '이 땅의 매력' 주제로 2개월간 작업
주민 소통·지역 탐험 시간 '신선' … 아이부터 어른까지 참여도 높아

나는 거리의 빈 화분에 그 주인들과 함께 꽃을 심는 '여기에 꽃을 심어도 될까요?' 시리즈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2013년 경기창작센터에 입주한 후 일본 아키요시다이 국제예술촌(Akiyoshidai International Art Village·秋吉台国際芸術村·이하 AIAV로 표기)과의 국제교류프로그램에 참가할 기회를 얻었다.

AIAV는 야마구치현 미네시에 있다. 아키요시다이 국립공원의 산기슭 그 넉넉한 자연 속에 설립된 이곳은 음악·미술·무용·연극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체류하며 작업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국내외 관계 기관이 연계한 프로그램, 지역에 특화된 프로그램, 거주 작가와 지역주민간 교류의 장 등을 제공하고 적극 지원한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장애인학교 학생단체와 노인시설 단체 등의 방문이 있었고, 오픈 스튜디오 기간 중에는 나를 포함한 거주 작가가 운영하는 워크숍과 수차례의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으며, '포스콘'이라는 엽서그림 대회를 열었다. 이를 통해 아이부터 어른까지 부담없이 다양한 예술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지역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또한 자신만의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스튜디오를 개방함으로써 창작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음악동호인들이 퇴근 후 이곳 AIAV의 스튜디오를 빌려 새벽 늦게까지 합주연습을 하고 돌아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지난해 AIAV 프로그램의 주제는 '이 땅의 매력(この土地の魅力)'이었는데 나를 포함한 6명의 작가들은 이곳만의 매력을 찾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근처를 돌아다니고 뒷산을 오르며 이곳의 역사를 조사하고 지역주민인 'YOU(당신)'들을 만났다. AIAV가 있는 아키요시다이는 3억년전 생성된 카르스트 대지로 4500㏊에 달하는 끝없는 들판과 언덕에 수십만개의 석회암들이 비석처럼 박혀있다. 세계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이곳의 돌리네 지형은 달의 표면이 풀로 덮여있는 듯하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당신들과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독특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이 땅의 매력이라고 한다. 그리고 작가 거주프로그램에 참가한 3명의 작가가 이곳의 환경과 연관된 작업을 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요청받았고 미리 제출한 작업계획에 따라 당신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예술가로서 나의 미적 관점을 당신과 나누겠다는 애초의 계획을 계속 진행하는 것이, 굳이 작가가 당신을 위한 작품을 만드는 게 좋은 생각인지 회의가 들었다. 당신은 미술교육을 정식으로 받지는 않았지만 예술에 대한 이해가 깊고 당신을 둘러싼 환경과 사회에 대한 당신만의 의견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 살아가는 '당신'이야말로 이곳의 진정한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당신을 조명함으로써 이 땅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

당신은 예술을 즐기고 당신만의 작품을 만들고 있다. 당신의 작품·생산품은 당신과 너무나 닮아 있고 그것들은 내 작업이나 갤러리의 작품보다 더 신선하고 매력적인 것 같다. 나는 당신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졌다. 당신의 작품으로 전시를 기획한다면 재미있는 전시가 되지 않을까?

작가로서 당신을 위한 작품을 해보겠다는 오만한 마음을 내려놓고, 호기심과 존경을 담아, 나는 당신과 대화하고 함께 탐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당신의 작품과 생산품으로 기획된 이 전시는 당신의, 당신에 의한, 당신에 대한 전시가 될 것이다. 전시장을 방문해 전시를 즐기는 대부분의 관객들은 당신과 가족 그리고 친구다. 'YOU'전은 전시이지만 동시에 파티가 될 것이다.

아키요시다이 국제예술촌의 작가거주 프로그램에 참여해 'YOU'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프로젝트 참여자 및 관객들의 예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꽤 높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단시간에 이루어질 수는 없으며 오랜 기간 지역의 문화를 위해 투자하고 지원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AIAV는 사실 야마구치 도심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전시나 워크숍과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지역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예술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켜 그들 스스로가 예술가가 되게 만드는 것, 이것이 결국은 삶을 좀 더 풍부하게 만드는 한 방법이며 AIAV의 궁극적인 운영목표로 보였다. 그리고 이는 많은 지역문화센터와 미술관들이 앞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 작업을 진행하던 2개월 동안 너무나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항상 붙어 다니며 통역을 도왔던 스탭들, 수 차례의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전시를 위해 흔쾌히 작품을 출품해 주신 '당신들'. 언젠가 다시 이곳을 방문할 수 있다면 나는 또 다른 당신을 만나서 당신의 얘기를 듣고 싶다. 당신이 나에게 준 애정만큼 나도 당신에게 뭔가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의 도움으로 많은 것을 느끼고 소중하고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경험들이 가능하게 한 AIAV와 경기창작센터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글 허태원 미술작가·사진 카피라잇

***'여기에 꽃을 심어도 될까요?'는 내가 살던 동네에 버려지거나 더 이상 쓰이지 않는 빈 화분에 그 화분의 주인들의 동의를 얻어 꽃을 심어 나가면서 시작됐다. 버려진 화분에 꽃심기를 통한 삶과 도시의 미관 개선을 목적으로 시작했던 이 작업은 이웃주민들과 자연스레 가까워지는 시간(길에서의 대화, 작업에 대해 설명하기, 집에 초대돼 차를 마신다든지 점심을 같이 하는 등)을 통해 꽃을 매개로 이웃과 소통한 내용이 중심이 되는 작업으로 발전했다.




<국제 레지던시로서 활약 사례>
낯선 곳에서 협업 '새로운 창작의 원천'

권오송 中 흑룡강대 예술학원 교수 '초청입주·전시회'
뉴칼레도니아 문화센터와 '기관 협력' 등 다양한 교류

지난해 중국 하얼빈 흑룡강대학 예술학원의 교수이자 수묵화의 대가인 권오송 작가가 초청작가로 입주했다. 그는 대부도에서 영감을 받아 많은 신작을 제작하고 전시회를 가졌다.

권 작가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경기창작센터에 4개월 동안 머물면서 8쾌음양을 주제로 창작에 접어들었다. 이는 태극기가 불러일으킨 창작 의욕이었으며 8쾌가 나에게 미친 아이디어의 발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나라에서 찾아온 예술가들은 대부도에 운집해 각자의 창작과 진정한 교류를 시작하고 생활의 시련을 겪으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으로 창작의 길을 탐색하는 젊은 예술가들이 남겨준 인상은 창작의 동력이 됐다"며 "(서해바다의) 해조에 따라 심령을 정화할 수 있었고 해조가 밀려올 때 창작의 영감은 솟아나고, 해조가 밀려갈 때 시간의 흐름을 회고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예술가는 모든 민족과 지역, 언어, 시대, 계급, 외모 등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영혼으로 교류하며 또한 그들을 스스로 고립시키지 않는다. 사회는 그들의 거울이며 예술은 이러한 감각을 표현하고 생명을 구현하며 전시를 통해 소개한다"며 "작가들에게 더 많은 창작의 기회와 교류를 제공하기를 바라고 마당에 펼쳐진 텃밭과 교정을 항상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2012년과 2013년에는 뉴칼레도니아에 있는 치바우 문화센터 레지던시에 입주작가 김승택과 에릭 무쇼니에를 각각 상호 교류하는 국제교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비록 한 달이었지만 김 작가의 인터뷰 자료와 사진자료를 접하노라면 하루하루가 무척 다이나믹했다는 것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뉴칼레도니아는 한국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등장했던 장소였고 드라마 혹은 뮤직비디오에서 배경으로 자주 등장했던 곳이었다.

유럽식 아침식사와 푸른 바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주변을 매일 접하며 작업실로 안내를 받은 순간, 정작 작가는 작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김 작가의 주매체는 사진이다. 컴퓨터와 드로잉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장비나 시설이 따라주질 않았다. 이는 기관협력의 국제교류 프로그램이라면 선정작가와 작업에 관해 서로 정보를 주고 받는 부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현지에서 필요한 정보를 작가에게 제공해야 했다.

이 프로그램의 연결선상에서 경기창작센터는 2013년 10월 한 달 동안 역시 뉴칼레도니아 치바우 문화센터와 입주작가 에릭 무쇼니에를 기관협력 프로그램 레지던시로 진행했다. 에릭 무쇼니에 작가는 대부도를 산책하고 내부에 갖춰진 목공방에서 사용하고 버린 목공재료들을 수합해 다양한 칼라 스프레이를 사용한 작품들을 제작, 전시하고 퇴실했다. 물론 이 작가 역시, 기본 정보 이외에는 이곳에 입주한 해외작가와 한국작가와의 교류를 통해 적응력을 습득했다.

특히 지난해 입주작가인 독일의 '킴크루' Kim+Krue(현신 킴, 필립 크루거) 아티스트 듀오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독일교포 한국인 3세 여성과 독일 남성이 함께 끊임없이 동시대에 있어서 예술의 역할과 예술가들의 존재방식에 관련된 질문들을 던진다. 그리고 그 내용들을 퍼포먼스로 보여주고 있는 젊은 작가들이다.

이들은 영국, 독일, 한국 등지에서 단기간의 레지던시를 거치며 그 나라의 미술계 전문가들을 인터뷰한다. 작가의 노동에 대한 가치 등에 관해 질문한다. 오늘날 예술가들이 놓여 있는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물음을 통해 오늘날 다양한 연령대의 예술가들이 직면하고 고민하는 동시대 예술의 역할과 예술가의 가치에 대한 관점을 공유할 수 있었다.

앞으로 경기창작센터는 예술가의 거점이자 이주와 정주가 거듭되는 교차로에서 작가들의 창작의 과정을 사유할 수 있는 현장이 될 것이다. 서로 다른 나라의 작가들이 정보를 교류하게 되면 새로운 프로젝트의 협업자들이 탄생하기도 하고, 반가운 해후를 하기도 하며, 선감도에서의 즐거운 추억을 나누는 것. 이것이 국제교류 프로그램의 가치이자 의미가 아닐까?

/김현정 경기창작센터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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