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배수 경기도 평생교육국장
경기북부지역 아직 더 많은 대학이 필요하다.
지난 해 겨울 한 친구로부터 자녀의 대학 진학과 관련한 상담 요청이 있었다. 경기북부지역에 유치한 대학이 언제 개교하는지, 일단 지방에 있는 본교에 진학했다가 군 입대 휴학을 한 후 복학을 할 때에는 북부지역 캠퍼스에서 수학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어왔다. 필자가 아는 정보의 질과 양에 제한이 있어 해당 대학에 문의하라고 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그 대학에 자녀를 입학시켰다고 했다. 자녀의 주거비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다른 한 친구의 부인은 지방 대학에 진학한 딸의 안전이 염려되어 4년 내내 지방에 가서 살았다.

국제적 기러기 부부가 아니라 국내 기러기 부부로 지냈던 것이다. 또 다른 친구는 개강과 종강 시기 마다 대학 기숙사에 살림 짐을 넣고 빼느라 온 가족이 가서 이삿짐 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집과 먼 곳에 있는 대학에 자녀를 진학시킨 학부모의 부담과 불편은 말과 글로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2013학년도 고등학교 졸업자 가운데 대학진학 희망자는 53만여 명이었으며 대학 입학정원은 34만여 명으로 희망자의 약66%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대학진학 희망자가 12만7천여명에 달했으나 경기도내 대학 입학정원은 3만4천명으로 33.7%만 수용했던 것으로 나타나 많은 수의 학생들이 다른 지역으로 진학하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자나 대학 진학 희망자의 수는 전국대비 24%를 차지하고 있으나, 대학 입학정원은 12%에 불과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기북부지역 고교졸업자의 대학 진학 희망자가 32000여명이나 지역에 소재한 대학의 입학정원은 5600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과 지방대학 진학에 따른 경제적 부담 때문인지 전국 고교 졸업자의 대학 진학률이 41.6%이었으나 경기북부지역의 고교졸업자 대학 진학률은 38.6%에 불과해 3%P의 격차가 발생했다.
이러한 불균형은 80년대 정부가 수도권 인구 증가 억제 정책의 일환으로 대학의 신·증설과 이전을 제한하면서 수도권 주민들에게 부당한 부담을 지게 한 것에 기인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가운데 중요한 하나가 바로 이러한 국민의 지출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아직 많은 수도권 주민들이 통학이 가능한 거리에 대학과 입학정원이 적어 지방 대학에 자녀를 진학시킬 수밖에 없고, 기숙사비, 하숙비 또는 자취방 월세를 추가로 부담함에 따라 등골이 휠 정도의 가계 부담을 느끼고 멀리까지 자녀 돌봄을 위해 왕복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3년 조사한 '부모 비동거 대학재학생의 주거비 부담 현황'을 보면 대학생들이 부담하는 주거비는 월평균 21만5천원으로 1년에 258만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방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가정에 경제적 부담을 지워준 규제 비용인 것이다.
지난 2006년 경기도 한수 이북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에 따라 지역경제 공동화가 예상되는 지역의 발전 지원을 위해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이 제정되고 대학의 반환공여구역 주변지역으로 이전이 허용됐다. 경기도와 일선 시군의 노력으로 금년 3월 2개 대학교가 개교했으며 내년 3월에 1개 대학교가 개교할 예정으로 있다. 3개 대학의 입지에 따라 경기북부지역의 4년제 대학 입학정원은 6200여명에 달하게 된다. 하지만 고교졸업자 가운데 대학 진학희망자 수에 비하면 아직도 19% 정도만 수용할 수 있는 적은 숫자다.
한편 이들 대학의 입학생의 거주지를 조사했더니 북부지역은 물론 경기도 거주자의 수가 확연하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학 유치의 효과가 벌써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는 그동안 대학이 원하는 시기에 문을 열 수 있도록 입지 선정, 부지 조성과 건축과 관련한 행정절차 이행 등의 행정적으로 지원해 왔다. 또한 개교 후에도 학생들의 통학의 불편이 없도록 도로 안내 표지판을 정비하고 노선버스를 확충하는 노력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는 그동안 다른 대학에 대해 그랬듯이 향후에도 경기북부지역에 더 많은 대학이 입지할 수 있도록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지역에 유치되는 대학이 평생교육, 지역 산업과 문화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지역 발전의 다양한 모델 가운데 하나인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도시, 연구중심도시, 산업도시 등이 형성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