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흥윤 인천사회복지공도모금회 사무처장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미 휴대폰으로 영화 한 편을 몇 초면 내려 받는 '광속'의 시대이면서 또 동시에 머리카락 굵기보다 1천분의 일이나 작은 '나노'가 공존하는 시대가 되었다.
속도만 빠른 것이 아니라 분석 능력도 탁월해져 무심코 사용하거나 버린 수많은 자료들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습관과 성격까지 파악해 미리 알려주는 '사용자 경험(UX)'과 '빅데이터' 역시 요즘 우리가 심심치 않게 듣는 말이다.
이처럼 복잡하고 또 눈부시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나눔' 역시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소중한 실천이라는 고전적 가치와 덕목에 스마트한 변화를 더해 더 다양해지고 더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기부단체를 지정하면 통화 시 일정량의 기부금이 기부단체로 전달되는 '기부톡' 등의 프로그램은 그동안 기부단체들이 일대일로 기부를 권유하거나 모금계좌를 열고 기부자를 기다리는 전통 방식에서 벗어나 빠르고 간편하게 기부나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 주었다.
초기 스마트 기부가 기술적인 편의성에 중점을 두었다면 최근에는 건강, 환경은 물론 취미와 오락을 통해서도 기부나 나눔을 실천 할 수 있는 생활형 연계 프로그램의 개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빅워크'의 경우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면 걷는 거리에 따라 기부금이 적립되고 적립된 기부금은 다리가 불편한 어린이 등에 지원되는 건강과 나눔을 접목한 스마트 기부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프리라이스'의 경우는 간단하게 퀴즈를 풀면서 기부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조성된 기금은 결식아동 지원사업에 쓰도록 개발되었다.
이와 관련해 인천에서도 최근 두 가지 의미 있는 스마트 나눔이 개발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먼저, 주위에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이 있을 경우 바로 등록하고 지원을 연계해 줄 수 있는 인천형 시민참여 나눔프로그램인 '행복나눔 인천'이 그것이다. 지난해 개발을 마치고 올 해 시범 운영 중인 행복나눔 인천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간단하게 도움이 필요한 이웃의 소식을 알리고 필요한 자원을 연계해 줄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이다.
다른 기부나 나눔 프로그램과는 달리 도움이 필요한 이웃의 정보를 입력하면, 민과 관의 관련 자료가 상화 연동되어 필요한 지원방안을 찾고 연계하도록 되어 있어 시민 참여가 활성화 되면 인천을 대표하는 스마트 나눔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기부가 가능한 현금이나 물품뿐만 아니라 시간과 노력 등 재능기부도 가능하게 되어 있어 새로운 기부와 나눔 포털의 역할도 하게 된다.
또 최근, 인천정보산업진흥원이 개발해 계양구청 직원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중인 '해피밀' 의 경우 매번 남아서 버려지는 음식물을 줄이고 줄인 만큼을 기부하는 음식물쓰레기 줄이기와 기부를 접목시킨 새로운 환경형 나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준비하면서 몇 사람이 실제로 식사를 하러 올지 몰라서 매번 준비된 음식이 남아 버릴 수밖에 없었던 어려움을 앱을 설치해 해결하고자 하는 단순하지만 매우 유용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앱을 설치한 사람에게는 전날 오후 다음날 점심식사 여부와 메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식당에서는 선택된 메뉴를 토대로 식자재를 준비함으로써 정확한 식수 인원을 파악할 수 있어 버려지는 음식물을 최소화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절약된 비용은 기부금으로 적립되어 결식아동지원 등의 공익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스마트의 옷을 입은 나눔은 이제 단순한 이웃돕기를 넘어서 건강과 환경을 아우르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의 중심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