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인천의 유력 정치인 부인이 씨름단 감독 채용 과정에서 거액의 현금 등을 전달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5일 인천일보가 확보한 녹취록에는 2016년 11월부터 연수구 씨름단을 이끈 A감독이 채용 전후 과정에서 B 전 구청장 부인 C씨에게 현금과 상품권·마사지 이용권을 제공했다는 대화 내용이 담겨 있다.
2017년 7월 A감독은 C씨와 만난 자리에서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마사지라도 좀, 그리고 상품권도 얼마 안 되지만"이라고 말했다.
C씨 역시 "스파가 비싼 건데, 내가 받았다고 말했더니"라며 "명절 때 티켓을 줘서 그냥 내가 잘 썼는데"라고 답했다.

현금이 오간 정황도 포착됐다. A감독은 녹취록에서 지인 D씨를 통해 현금을 전달했다고 말하지만 C씨는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A감독은 "D씨가 친하다고 해서 세 번 정도 전달했다. 마지막에 약간 전달이 안 된 거 같다"는 내용의 발언을 C씨에게 했다.

D씨는 당시 연수구에 본사를 두고 있던 정우건설산업 고문을 맡았다. 정우건설은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구청장 후보였던 B 전 구청장에게 정치자금을 불법 후원한 혐의로 현재 선관위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A감독은 이후 씨름단 코치 돈 1500만원을 보탠 현금 3000만원을 마련해 다시 C씨를 만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A감독은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C씨의 또 다른 지인이 감독 임명에 대한 인사 차 3000만원을 주라고 요구했다"며 "돈을 마련해 C씨를 만났지만 돈을 받지 않았고 그 지인에게 돈을 주고 알아서 하라고 했다. 후에 코치와 분란이 생겨 이 부분에 대한 말이 나왔고 그 지인이 돈을 그대로 갖고 있던 상태라 다시 받아 코치 돈을 주고 내 돈도 찾았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지난 7월 이 사건 수사에 들어가 A감독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하고 사건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 중이다.

이에 B 전 구청장은 "녹취록에 상품권이니 이런 내용은 없다고 들었다. 녹취도 앞뒤 다 자른 거 가지고 그러는 것 같다"며 "경찰에서도 다 아는 내용이고 경찰에 다 소명된 것으로 안다"며 부인의 금품 수수 의혹을 전면 반박했다.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