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에도 단속망 비껴간 '비리 온상'


간판은 '호프' 였지만 술집보다는 학생들에 유명세 떨쳤던 음식점
사건 8일전 '페쇄 명령' 불구 배짱영업 … 유착 관계 공무원만 40명






지난 27일 오전 11시쯤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 현장. 동인천역에서 신포시장으로 올라가는 방면 골목길에는 20년 전과 다름없이 4층짜리 건물이 자리해 있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하늘색으로 단장한 건물 외벽이었다.

당구장이 있던 3층에 사설 치유센터가 들어선 것도 눈에 띄었다.

학생들이 빠져 나왔어야 했을 출입문은 여전히 잠긴 채였고, 그날 137명의 사상자 대부분이 갇혀 있었던 2층에는 아무런 간판도 달려 있지 않았다. ▶관련기사 3면

1999년 10월30일 이 건물 지하 노래방에서 불이 붙었을 때 2층 '라이브 투'는 만석이었다.

184㎡(56평) 면적의 공간에 중고생 120여명이 들어찼다.

그때 '라이브 투'는 학생들 사이에 유명세를 떨쳤다. 간판에 '호프'라고 적어놨지만, 단순히 '신분증이 없어도 뚫리는 술집'이 아니었다.

아예 교복을 입고 드나드는, 학생을 상대로 영업했던 업소라고 당시 청소년 세대들은 회상했다.

제물포역 인근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던 회사원 방일웅(37·미추홀구 용현동)씨는 "교복 입은 채로 여러 번 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마다 학생들로 꽉 차 있었다"고 말했다.

참사 때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최명수(37·남동구 서창동)씨도 "라이브 투에서 맥주를 팔긴 했지만 떡볶이, 돈가스 등을 먹으며 친구들과 어울렸다. 성인들이 드나들던 술집이 아니었다"고 했다.

'라이브 투'는 그해 봄 문을 열었다.

참사 직후 인천시가 유가족대책위원회에 보낸 답변서를 보면 "'콘서트'라는 상호로 일반음식점 영업을 하다가 1999년 3월 자진폐업 신고를 했다.

'라이브 Ⅱ'는 영업허가를 득하지 않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참사 8일 전에는 서부경찰서로부터 무허가 영업이 적발돼 중구가 '폐쇄 명령'을 내렸다.

영업을 계속하면 고발한다는 통보였으나 공권력은 무력했다.

'불법 영업'이라는 독버섯은 눈감아준 공무원들이 있었기에 자라날 수 있었다.

'라이브 투'의 실질적 업주였던 정모(54)씨는 관리인들을 앞세워 9개 업소를 운영했다.

인천지검의 '인천 호프집 화재사건 종합수사결과(1999년 12월1일)'를 보면 호프집·노래방·게임장·콜라텍 등의 업소는 매달 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수익금은 2000만원에 달했다.

이들 무허가·무신고 업소는 경찰·소방·행정 기관과 정기적인 상납 구조 등을 통한 유착으로 단속망에서 벗어났다.

조직폭력배도 연루돼 있었다. 당시 공무원 40명을 포함해 총 61명이 입건됐고, 3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추모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불법 영업과 뇌물 등 라이브 투에서 벌어진 일들을 되짚어보면 경찰과의 유착으로 각종 범죄가 저질러진 '버닝썬' 사건의 1999년판이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이순민·김신영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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