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인천] 기억을 더해 미래 꿈꾸며
[지속가능 인천] 기억을 더해 미래 꿈꾸며
  • 인천일보
  • 승인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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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말숙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공동대표

 

그날을 기억한다. 1999년 10월30일 토요일 오후 6시55분쯤, 학교 축제가 끝나고 마땅히 뒤풀이를 할 곳이 없어 찾은 인천 중구 인현동 4층짜리 상가건물 2층 호프집에서 우리 아이들이 별이 된 그날을 기억한다.
지하에서 시작된 불이 비상구는 막혀 있고 계단이 굴뚝 역할을 하면서 2층으로 올라와 호프집 출입구와 계단이 불길과 연기로 가득찼다. 대피하려는 아이들에게 '돈을 내고 가라'며 출입문을 잠그면서 피해가 더 컸다고 알려진 대형 참사의 그날이다. 이 호프집은 불법 영업 중이었고 이 참사로 처벌 받은 사람은 호프집 영업주 단 한 명이라고 한다.


사망자 57명, 부상자 87명으로 144명의 사상자를 낸 가슴 아픈 화재 참사의 그날이 올해로 20주기가 된다. 사망자 다수는 중고생이었다. 당시 언론은 이들에게 '불량 청소년'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일탈로 치부하기도 했다.
그동안 유가족들이 조촐하게 추모제를 지내왔다. 20년이 지나서도 유가족들은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싸우고 있다. 중구 인현동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은 유족들이 힘겹게 얻어낸 결실이다.
축현초등학교가 연수구로 이전하자 인현동 참사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2004년에 건립됐다.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가 되는 올해 유가족과 시민, 사회단체들은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추모준비위원회(이하 추모위원회)를 만들었다. 지난 4월22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는 기억 채집, 관공서 기록물 정리 및 기념식 등 인천의 공적 기억을 복원해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고 희생자 명예회복으로 시민에게 도시 공공성을 확인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인천시교육청은 학생교육문화회관 야외주차장 한편에 있는 추모 공간을 유족의 사적 부담이 아닌, 공적 관리로 전환할 것"과 추모 기간을 연장해 공공교육에 확대하도록 촉구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도 인현동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애도와 책임 규명, 안전 시스템 보완 노력 등으로 그날에 좀 더 관심을 가졌다면 세월호와 같은 또 다른 참사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9월24일에는 홍예문연구소와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이 공동 주최해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특별포럼 '인천의 미래 기억을 위하여 Ⅱ'를 열었다. 포럼에서 조선희 인천시의원은 참사 당시 고등학생, 응급실 간호사, 청년활동가 등의 기억을 공유했다. 당시 청소년을 지낸 지금 중년들은 아직 그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의 아픈 기억을 기록으로 남겨 사회가 함께 치유해야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고 봤다.
20주기 포럼에서 서금슬 서울문화재단 예술축제팀 대리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후 21년 만에 출간한 서울시 공적기록물을 소개했다.

기억수집가 11명을 모집하고 당시 구조대, 경찰, 생존자 등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기록으로 남겼다. 기억수집가는 단순 이야기 채록자가 아닌, 서울의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매개자 역할을 맡았다.
결국 아픈 기억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고, 기억수집가를 세밀하게 배려하지 않으면 좋은 기록물이 나올 수 없다. 공적 기록이란 관청에서 관리하기보다 기억수집가에게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는 점에서 인현동 화재 참사를 기억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많은 공감이 가는 발제였다.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는 여러 가지에서 관심을 갖게 하지만 지속적이지 않으면 일회용 행사로 머무를 수 있다. 인현동 참사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기 위해 추모 공간과 자료 저장소, 공공 기록물 등이 필요하다.
다시는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에게 피해가 없는 안전하고 생명이 존중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픈 기억을 아름다운 희망의 꽃으로 피우며 미래로 가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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