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서 전 송도중학교 교장

 

지난달 9일 사상 최초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의회는 한국의 한글날인 10월9일을 '캘리포니아 한글의 날'(Hangul Day)로 기념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미국에서 소수계 언어 기념일이 주정부 차원에서 제정된 것은 캘리포니아가 처음이다.
미국은 물론 해외에서 처음으로 매년 10월9일을 한글날로 기념함으로써 소수계 언어인 한국어와 한글이 주류사회에 널리 보급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한류 열풍에 이어 세계적으로 한글의 우수성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글날은 훈민정음의 반포를 기념하는 날, 우리 글자 한글을 기리기 위해 법으로 정한 날이다. 한글날을 제정한 때는 일제에 국권을 빼앗기고 있던 1926년이다. 조선어연구회가 1926년 음력 9월29일(양력 11월4일) 처음으로 '가갸날'이라 이름해서 기념하기 시작했다. 한글날을 10월9일로 정한 것은 한글이 반포된 날에서 비롯된 것이다.

1443년 세종대왕은 백성이 말과 글이 달라 온전한 언어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현실을 보고, 그 근원적인 해결책으로 새로운 문자 훈민정음을 만들었다. 훈민정음은 28개의 자음과 모음을 운용하여 세상의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획기적인 문자였다. 이후 한글은 1894년에 공식 문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현존하는 문자 가운데 가장 완전한 글자"(존 로스 목사), "세종의 한글 창제는 인류사의 빛나는 업적"(호머 헐버트 박사),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문자를 발명했다"(프라이트 포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교수)는 말처럼 한글은 전 세계적으로 독창성과 과학성을 인정받고 있는 문자이다. 그렇다면 세계인들이 한글을 우수하다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자음과 모음으로 낱말을 쉽게 조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24개의 자·모음만으로 약 1만1000개 이상의 문자와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한글은 표음문자이기에 소리를 그대로 문자로 옮긴다는 점이 매우 독창적이고 우수하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이 자신들의 언어를 우리의 한글로 표현하게 된 사례도 있다. 또한 배우기에도 쉽다. 한글 자체가 쉬운 문자이고, 표음 문자인 동시에 조합하기도 쉬운 문자라는 것이다. 이렇게 한글이 문맹률을 낮추는데 큰 역할을 한 문자이기 때문에 유네스코에서는 1989년 '세종대왕상'을 만들어 해마다 문맹률을 낮추는 데 공적을 끼친 단체나 개인을 뽑아 상을 준다.
1997년 10월1일에는 우리나라 훈민정음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문자의 해설이 주어지는 경우는 한글이 유일하다.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이 그 해설집이다. 이를 통해 한글의 창제 원리와 사용법을 알 수 있었으며 우리 한글의 과학성을 증명할 수 있었다.

둘째, 한글은 우리 생활에 적합한 디지털 문자로 가장 적합하기에 그 우수성을 인정받는다. 우리가 쓰는 한글은 디지털 문자를 입력하기에 정말 간편하다. 중어나 일어의 경우 한자 변환과 같은 여러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글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그러나 한글은 자음, 모음을 찾아서 치기만 하면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워드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다.
한글이 있어서 스마트폰 입력이 되고 컴퓨터 자판이 생기고, 그 결과 우리가 매일 매순간 쓰고 있는 문자, 텍스트, 작품, 책 전체가 디지털로 변환되고, 우리 정신의 축적물인 한글 빅데이터의 축적이 가능해졌다. 미래에는 컴퓨터의 자판이 없어지고 음성인식을 이용한 기술이 발달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같은 음소 문자인 알파벳보다 한글은 하나의 모음이 하나의 소릿값을 가지기 때문에 한글이 음성 인식에서 뛰어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가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지털 강국이 된 데에는 이런 한글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글은 백성들을 향한 사랑을 담고 있다. 과학적이고, 현대에 쓰기에도 적합한 우수한 문자이다. 미래의 과학기술에서도 한글은 단연 독보적인 위력을 가진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우리말을 잘 살려 바르게 사용할 때 우리는 비로소 세계 속에 주체적인 한국으로 당당히 설 수 있다. 아름다운 우리의 한글을 의식적으로 알고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한글을 사랑하는 첫 걸음이다. 모든 백성들이 한글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알고 한글을 소중히, 더욱 더 아름답게 사용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