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석동 옛 신일철공소의 전면.


1970년대 초 중학교 시절 인천 동구 송현동에서 남구(현 미추홀구) 숭의동에 있는 인천남중을 버스로 통학했다. 5번 시내버스는 화수부두 입구와 동일방직을 지나 만석우체국 앞을 지났다. 이 동네에는 경인선 철도 건널목이 있었다. 기찻길은 만석동과 송월동을 갈라놓았지만 양쪽의 주민들은 건널목을 자유롭게 건너다니며 같은 생활권으로 살아왔다. 1962년 9월에 문을 연 만석우체국은 동네의 중심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영업 중이다.
요즘 우체국 옆에 있는 건물 한 채 때문에 동네가 시끄럽다. 1974년부터 목선(木船) 건조에 필요한 배 못이나 볼트 등을 만들었던 옛 신일철공소가 있다. 이곳에서 만든 배 못은 전국적으로 소문이 자자했다고 한다. 이 작은 건물이 도시재생사업인 '만석주꾸미 더불어마을 사업' 구역에 포함되었고 철거냐 보존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다. 얼마 전 내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철공소라기보다는 옛날 대장간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부서진 화덕, 녹슨 호이스트. 낡은 나무 간판, 먼지 덮인 연장 등이 어둠 속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한쪽에서는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철거해야 한다고 하고 한쪽에서는 동구의 정체성과 정서를 담은 공간이기 때문에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구유적위원회에 참석했던 나는 '보존'의 의견을 제시했다. 다른 지역은 이런 이야기와 콘텐츠가 없어 안달인데 바다와 부두를 끼고 있는 동구가 이러한 소재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그 흔적을 지워버린다는 게 안타깝기 때문이다. 안전과 환경 문제는 현재의 기술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지난 2017년 철길 바로 건너 송월동 비누공장 애경사 건물을 무자비하게 철거했던 일이 다시는 우리 인천에서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인천시립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