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기장 지난해 20억 적자
국제 스포츠대회 유치 부족
'비전 2014'도 내년 끝날 판


"인천아시아경기대회는 45개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원국이 참가한 역대 최고의 대회이다."

인천아시아드기념관에 새겨진 문구다. 5년 전인 2014년 10월4일 16일간의 장정을 마무리한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인천AG)는 북한 참가로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라는 슬로건도 힘을 얻었다. 대회 초반 잡음을 딛고 안전하게 대형 이벤트를 치렀다는 평가도 받았다.

국제도시로 자리매김하는 출발점이었지만, 인천AG에 대한 차가운 시선도 적지 않았다. '부채도시'라는 오명을 떠안은 직접적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경기장 등 개최 준비에만 1조5000억여원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3분의 1인 4763억원은 찬반 논란이 분분했던 주경기장 건설에 쓰였다.

▲애물단지 된 신설 경기장
3일 오전 찾은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은 황량한 모습이었다. 주경기장에 들어선 극장을 향하는 발길만 이어질 뿐 주변은 공터로 방치돼 있었다. 서구 연희동에 연면적 11만3620㎡ 규모로 지어진 주경기장은 지난해에만 20억원의 운영 적자를 기록했다.

시가 내놓은 주경기장 활용 계획은 관광단지다. 시는 관광단지 지정 용역을 거쳐 주경기장 주변 62만3856㎡ 부지에 호텔·워터파크·영화촬영소 등을 지으려고 한다. 하지만 체육시설을 조건으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한 탓에 토지 용도를 변경하는 정부와의 협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민간 자본이 유치될지도 미지수다.

다른 신설 경기장도 사후 활용을 놓고 고민을 안겨왔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인천AG 16개 경기장의 운영 적자는 303억원에 이른다. 연간 100억원 규모다. 그나마 송림·선학체육관 등이 생활 체육 프로그램으로 쓰이고, 일부 경기장에서 프로 스포츠가 열리며 체육시설 기능을 유지하는 형편이다. 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경기장 유휴공간은 99%가 임대된 상황"이라며 "공공 체육시설이라 수익률만 고려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AG 이후 세계적 수준의 신설 경기장은 국제 스포츠대회로도 활용되지 않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치러진 세계선수권대회는 광주(수영)·창원(사격) 등지에서 열렸다. 인천AG 경기장에서 개최된 국제 대회는 세계검도선수권(남동), 인천국제여자챌린저테니스대회(열우물) 정도에 그친다.

▲'비전 2014' 명맥 끊길 위기
인천AG의 가장 큰 유산으로는 스포츠 약소국을 지원하는 '비전 2014 프로그램'이 꼽힌다. 시는 2007년부터 2000만 달러(241억원)를 들여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공동 사업을 벌였다. 전지훈련 장소 제공, 장비 지원, 경기력 향상 프로그램 등으로 지원받은 30개국에서 7개 메달을 따내는 성과도 거뒀다.

5년 만에 비전 2014 프로그램은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2014년 이후 추가 예산은 마련되지 않았다. OCA로부터 사업비 700만 달러를 받았던 시는 폐막 이후 잔액으로만 후속 지원을 이어왔다. 올해에도 태국·몽골·타지키스탄·스리랑카가 참여했지만, 남은 돈은 1억5000만원에 그친다. 국가당 2000만원이 쓰이는 것을 감안하면 2020년이 비전 2014 프로그램의 마지막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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