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석 청년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흔히 디자이너라고 하면 도구를 이용해 어떤 이미지를 그려내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디자이너에게 있어서 그래픽적인 요소가 필수 역량이기는 하지만 활동 영역은 단순히 이미지를 그려내는 것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를 차지한다.
마블사의 유일한 한국계 미국인으로 알려진 디자이너 앤디박은 미국 이민 2세대이다. 개봉할 때마다 줄줄이 흥행하고 있는 히어로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 캡틴아메리카, 토르, 앤트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캡틴 마블, 블랙팬서 등의 주요 캐릭터의 대부분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앤디박은 캐릭터의 의상 및 주요 프레임을 디자인하는 동시에 캐릭터들의 비주얼 콘셉트를 총괄적으로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 예능프로그램의 인터뷰에서 앤디박은 "앤트맨과 왓스프를 디자인하면서 너무 즐거웠다. 호크아이나 블랙 위도우도 좋지만 그들은 현실에 있을 법한 캐릭터인데 앤트맨과 왓스프는 만화적인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이들은 1960년대 히어로이기 때문에 최첨단 히어로인 아이언맨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 아이언맨 복장은 사람이 스포츠카를 입고 있는 느낌으로 다양한 스포츠카의 라인과 형태를 사람 몸에 구현하도록 노력했다"며 "우리 팀은 영화 제작에 초기 단계부터 참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디자인(Design)은 라틴어 '데시그나레(Designare)'에서 유래된 어휘로 접두사 'De'와 표시하다라는 뜻을 가진 'signare' 두 단어로 이루어진다. 이는 밑그림을 그리다, 계획하다, 설계하다, 즉 '기획하다'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술용어로 잘 알려진 프랑스어 데생(dessein)의 어원이기도 하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이러한 기획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지식근로자, 단순히 지시만 따라 일하면 되는 사람을 육체노동자로 구분지었다. 디자이너의 업무영역에 있어서 기획의 단계, '지식근로'가 필수이지만 청년디자이너를 포함한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이에 대한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디자인진흥원 통계조사에 따르면 디자이너의 평균연봉은 2390만원. 국회기획재정위에서 조사한 직장인 평균연봉 3172만원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낮았다. 분야별 조사에서는 시각디자인이 235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환경디자인이 228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럼에도 2018년 디자인 활용업체의 디자인 인력 채용이 어려운 이유라는 항목에서 '임금 및 근로시간 등에 대한 기대 불일치'가 49.6%로 가장 높았으며,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량 향상 재교육 항목에서는 '기획력'이 40.4%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디자이너들에게 어떤 기대를 하는 걸까.
청년 디자이너들과 만날 기회가 있어 이야기를 나눠보면 취업과 직장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특히 요즘은 플랫폼사업으로 인해 UI/UX디자인이나 SNS광고, 유튜브 등의 콘텐츠사업이 부흥하면서 디자이너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디자이너를 포함해 청년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 내용도 변화가 필요하다. 최근 청년들을 위한 역량강화 사업이 확대되고 있지만 지식·경쟁 중심에서 벗어나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 창의적 인재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