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를 모르는 대한민국 사람이 있겠는가. 설사 그가 아주대에서 일하는 의사라는 사실까지야 모를 수 있을지언정 이국종이라는 이름 석 자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근간에 그는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으로 자주 뉴스의 중심에 서 왔다. 그런 과정에서 그가 쌓아올린 명성이 있다면 오로지 환자 치료를 위한 열정과 신념 때문이었다.
촌각을 다투는 외상환자들의 허무한 죽음을 막아야 한다며 '선진국형 중증외상환자 치료체계' 도입을 위해 애썼던 그의 태도에 환호했다. 외상환자들을 위한 24시간 닥터헬기를 도입하는 등 일정한 성과도 있었다. 지난주 그를 규탄하는 보수단체의 집회가 아주대병원 앞에서 열렸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는 게 이유였다. 이 교수는 이 자리에서 "지긋지긋하다"며 "제발 잘라 달라"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어이없는 일이다.

누구를 위해 탄원서를 내고 말고는 오직 그 사람의 자유다. 누구도 왜 그랬냐고 억압할 권리는 없다. 더구나 이 교수의 탄원서는 정치적 의사표현도 아니다. '이 지사에 대한 판결은 경기도민의 생명과 안전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깊이 헤아려달라'는 호소였다. 이 지사가 민주당 출신이어서라거나 진보정치인이어서라는 표현은 단 한 줄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회까지 열어가며 이 교수를 비판하는 것은 생명을 논하자는데 굳이 정치행위라고 우기는 격이다. 나아가 대한의사협회의 성명에서 보듯 '진료를 방해하고 환자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인 셈이다.

이참에, 헬기민원에 대해서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헬기 때문에 민원이 들어와 (병원에서) 자르겠다고 난리인데 잘렸으면 좋겠다"는 이 교수의 탄식은 이미 도를 넘어선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위태로운 목숨을 건지냐, 죽이냐 하는 숨 막히는 상황에서 시끄럽다고 난리치는 야박한 인심은 또 어찌해야 하는가.
국가 통계에 의하면 50세 이하의 사망률 가운데 각종 사고로 인한 사망률은 38%로 가장 높다. 그들이 죽느냐 사느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때'라는 의협의 충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