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인천 강화군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사흘째 확진 판정이 이어지고, 의심 신고도 계속되면서 살처분 돼지는 1만 마리에 가까워졌다.
2000년대 접어들어 돼지콜레라·구제역으로 사육 돼지가 반토막 난 데다 ASF까지 겹치면서 인천 양돈 농가가 초토화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농림축산식품부는 26일 강화군 삼산면 돼지농장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ASF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폐업한 상태였던 이 농장은 강화도에서 다리로 연결된 석모도에 있다.
사육되던 돼지 2마리는 살처분됐고, 반경 3㎞ 이내 다른 농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전 강화읍에서도 의심 신고가 들어와 방역 당국이 정밀검사를 벌이고 있다. 돼지 980마리를 기르는 농장이다.
지난 17일 경기 파주시에서 국내 처음으로 확진된 ASF 사태는 강화군으로 집중되는 양상이다.
이날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7개 농장 가운데 24일 이후 3개 농장이 모두 강화군에 몰려 있다. 송해면·불은면·삼산면 등 발생 지역도 제각각이다.
강화군에서 살처분되는 돼지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송해면 발생 농장 388마리를 시작으로, 지난 25일 확진된 불은면 농장 869마리를 포함해 반경 3㎞ 이내 4개 농장 8350마리가 살처분 대상에 올랐다.
ASF 발생 이전을 기준으로 강화군 사육 돼지는 3만8001마리로, 인천 전체 4만3108마리의 88.2%를 차지한다.
ASF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과거 돼지콜레라·구제역 파동을 겪은 강화군 양돈농가의 악몽도 되살아나고 있다.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 자료를 보면 지난 2002년 10월7일 화도면에서 발생한 돼지콜레라(돼지열병)는 그해 11월 말까지 강화군 5개 농가로 번졌다. 살처분 운명을 맞은 돼지만 1만 마리 정도에 이른다.
당시 인천 전체 사육 돼지는 10만여 마리였는데 8만 마리가 강화군에 몰려 있었다.
2010년 이후 3차례 찾아온 구제역으로 강화군 돼지농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2010년 4월 초 선원면·불은면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하면서 30개 가까운 농가의 돼지 2만3000여 마리가 살처분됐다.
그해 말에는 양도면에서 구제역이 확인돼 돼지 5800여 마리가 매몰 처리됐다.
2015년 3월에도 화도면을 휩쓴 구제역으로 2개 농장에서 기르던 돼지 3318마리가 살처분을 피하지 못했다.
구제역이 불어닥치기 전인 2010년 초까지만 해도 강화군에는 49개 농가에서 5만5200마리의 돼지를 기르고 있었다.
이번 ASF 사태에 이은 살처분으로 강화군 사육 돼지는 3만 마리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년마다 돼지콜레라와 구제역, ASF가 이어지면서 2000년대 초반 8만 마리를 길렀던 강화군 양돈업계가 초토화한 것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ASF가 더 확산될 경우 국가적 차원의 재난이 될 수도 있다"며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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