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18년 2월4일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한반도기가 등장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스웨덴 여자대표팀 사이에 평가전이었다. 이 경기에서 아이스하키협회는 제주도는 물론 독도와 울릉도가 함께 그려진 한반도기를 선보였다.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경기복에 달린 한반도기에는 독도가 빠져 있었지만 훈련복의 한반도기에는 독도까지 새겨져 있었다. 1990년 북경아시안게임에 남북이 한반도기를 처음으로 들고 응원을 한 뒤 남북이 함께 참가한 대회에서 줄곧 등장했던 한반도기였다. 이에 대해 당시 스가 일본 관방장관은 "깃발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현)의 영유권에 관한 일본의 입장에 비춰 수용할 수 없으며 매우 유감이다"라고 반발했다.

2017년 판 국제올림픽위원회 올림픽헌장의 제31조 국가올림픽위원회의 기, 휘장 및 노래에는 "올림픽대회를 포함한 관련 활동에 사용하기 위해 NOC가 채택한 기, 휘장 및 노래는 IOC 집행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일본의 강력한 로비로 한반도기에서 독도가 빠졌던 것이다. 물론 우리 정부가 한반도기 형태와 사용을 일관성있게 유지하지 못해왔고 평창동계올림픽에 단일팀이 참가하기로 결정된 것도 막바지라 시간 여유가 없었다. 그 결과 연습경기에는 독도가 새겨진 한반도기가 나왔으나 공식경기 때에는 우리 땅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이었음에도 독도가 빠진 한반도기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2020년 동경올림픽에는 욱일기 응원이 일본정부에 의해 계획되는 중이다. 하시모토 일본 올림픽상이 "올림픽 경기장에 욱일기를 반입해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던 것이다. 또한 패럴림픽 메달에는 전범기로 보이는 욱일기 문양이 새겨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올림픽 경기장에서 욱일기 사용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사용 금지 조치를 요청했다. 욱일기가 독일의 십자가 문양(하켄크로이츠) 전범기와 같은 19세기 말부터 일제의 아시아 침략 전쟁에 사용된 일본 군대 깃발로서 현재까지 일본 극우단체들의 외국인 차별과 혐오 시위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나치에게 전범기 십자가 문양이 있다면 일본 극우세력에게는 욱일기가 있는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NHK의 욱일기 응원 관련 질의에 대하여 "경기장은 어떠한 정치적 주장의 장소가 돼서는 안 된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대회 기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개별적으로 판단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의 어느 경기장에서도 나치 문양이 등장할 수 없는데도 욱일기에 대해서는 다소 미온적인 입장이 나왔다. 이것은 올림픽헌장 제50조 제2항에서 올림픽과 관련된 행사에서는 어떠한 시위 또는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 될 수 있다.

결국 일본은 2020년 동경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한 번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게 역사적 상처와 고통을 떠올리게 만드는 동시에 자신의 역사를 왜곡시키려고 야금야금 물타는 시도를 벌이는 중이라고 하겠다.
일본이 야금야금 물타는 것은 자신의 침략 역사만이 아니다. 일본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내 방사능 오염수를 태평양 앞바다에 버려 물타려고 하고 있다. 일본이 과거 총과 칼로 전 세계 평화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파괴했다면 이번에는 방사능 오염물질로 전 세계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려는 중이다.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최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100만t을 태평양에 방류할 계획이며 이 경우 동해가 1년 내에 오염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얼마 안가서 당시 일본 환경상이 결국 바다에 버릴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러한 일본의 움직임에 대하여 우려를 표시했다. 국제원자력기구도 110만t에 달하는 오염수의 방사능 농도가 바다에 그대로 흘려보내도 괜찮은 수치보다 훨씬 높다고 보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일본이 이 방사능 오염수를 태평양에 보내기 전에 반드시 허용치 이하로 방사능 농도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일본이 허용치를 초과한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한다면 명백한 유엔해양법협약의 위반이 된다. 일본이 강제동원자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 정부가 국가 대 국가의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하는데 그들은 과연 국제적 약속인 유엔해양법협약을 지킬지 두고 보겠다.